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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KIA가 3연패에서 벗어났다. 가장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거둔 승리는 향후 팀에 중요한 반전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선수들은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투지를 보여줬고, 벤치 역시 "아직 저력이 남아있다"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3-2, 1점차로 앞선 6회초 1사 1루에서 나온 최희섭의 전력 질주다. 2루수 쪽으로 병살타성 타구를 만든 최희섭은 1루에 전력 질주했다. 물론 1루 주자 나지완 역시 최선을 다해 2루로 뛰었다. 어떻게든 병살은 막아보겠다는 두 선수의 집중력과 투혼이 겹쳐 결국 최희섭은 간신히 1루에서 세이프됐다.
야구는 어떤 면에서 보면 '인과관계'가 철저히 작용하는 스포츠다. 아무리 작은 플레이라도 다음 플레이에 영향을 미친다. 최희섭이 조금만 천천히 뛰었더라면 병살타로 이닝이 종료됐을 것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뛴 끝에 1루에서 살면서 후속타자 이범호까지 기회가 이어졌고, 쐐기 2점 홈런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낸 원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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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롯데전에서 선수들이 뜨거운 집중력을 앞세워 연패를 끊어냈음에도 여전히 불안 요소가 눈에 띈다. 비록 경기 후반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긴 했지만, 냉정히 말해 불펜의 힘은 아직 안정적이지 못하다. 롯데 타선의 조급증과 약간의 운이 아니었다면 실점할 가능성이 컸다.
이날 KIA는 선발 김진우가 6회까지 2실점으로 막아준 덕분에 5-2로 앞서있었다. 이때까지 김진우는 딱 100개의 공을 던졌다. 이전까지 선동열 감독의 스타일이라면 7회부터 불펜을 가동했을 것이다. 로테이션상 김진우를 일요일에도 써야하기 때문에 투구수 관리를 위해서는 굳이 7회에 내보낼 이유가 없다.
그런데 김진우는 투구수 100개에서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올시즌 화요일에 등판한 KIA 선발들이 투구수 100개 근처에서 새 이닝에 들어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선 감독이 김진우의 스태미너와 구위를 높이 평가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불펜에 대한 확신이 떨어진 탓으로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김진우는 7회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초구에 안타를 맞은 뒤 임준섭과 교체됐다. 이후 KIA는 임준섭(⅔이닝 1안타 무실점)-송은범(1⅓이닝 1안타 무실점)-신승현(⅔이닝 1볼넷 무실점)-박경태(⅓이닝 무안타 무실점)의 계투진을 가동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임준섭과 송은범은 홀드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는 깔끔한 계투작전이 됐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아직 불안한 점이 금세 눈에 띈다. 이날 나온 4명의 KIA 불펜투수들은 총 11명의 롯데 타자를 상대했는데, 이중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진 것은 단 3차례 밖에 없었다. 이 중에서 아웃을 잡아낸 것은 8회말 2사 1루에서 대타로 나온 박준서 1명 뿐이었다. 나머지 2명은 각각 안타(7회 무사 1루 김상호)와 볼넷(9회 2사 황재균)이었다.
모든 투수에게 적용되는 절대 원칙은 바로 '스트라이크를 던져라'다. 긴박한 경기 후반에 나오는 불펜이나 마무리 투수에게는 더 절대적이다. 그러나 KIA 불펜진은 이날 전반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제구력이 완전치 못한 것이다. 만약 롯데 타선이 더 신중하게 타격했더라면 또 무너질 수 있었다. 결국 KIA가 다시 도약하려면 불펜의 안정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