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그 많던 사직구장 관중들이 떠난 진짜 이유는?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6-05 10:51 | 최종수정 2013-06-05 10:51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공휴일인 어린이 날이지만 부산의 식어버린 야구 인기를 대변하듯 텅빈 관중석이 을씨년스럽다.
부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5.05/

도대체 부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국내 최고의 야구 메카로 불리웠던 부산 사직구장이 썰렁해도 너무 썰렁하다. 올시즌 단 한 차례도 매진 기록이 없다. 매진이 문제가 아니다. 롯데와 KIA의 경기가 열린 4일 사직구장은 8832명이라는 초라한 관중수를 기록했다. 롯데가 지난주 5승1패의 상승세를 기록하며 상위권 추격에 시동을 건 시점, 또 상대가 전통의 영호남 라이벌이자 최근 하락세인 KIA였기에 승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경기였지만 사직구장 관중석은 텅텅 비어있었다. 이번 시즌 롯데의 관중 몰이 실패가 단순히 성적 때문 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경기였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부재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팬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가 없다. 특히, 단순한 성적보다는 자이언츠라는 팀 자체와 선수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보여주는 부산팬들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그들이 마음을 줄 스타가 없다는 것은 야구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귀결된다. 부산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오랜 롯데팬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요즘엔 스타가 없어 야구 볼 맛이 안난다"고 했다.

2년 전, 프랜차이즈 스타로 무럭무럭 자라던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났다. 2000년대 초중반, 롯데가 암흑기를 걸을 때에도 "대호 보러 야구보러 간다"던 부산팬들이었다. 이대호가 떠날 때까지는 괜찮았다. 자신이 아끼는 선수가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난다고 했을 때, 팬들은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며 그를 떠나보냈다. 하지만 지난 오프시즌 타격이 컸다. 두산 출신이지만 빠른 시간 안에 부산의 새로운 스타로 거듭난 홍성흔, 그리고 평소 언행은 과묵했지만 플레이 하나만큼은 화끈했던 김주찬이 FA로 팀을 떠났다. 최근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포수 강민호는 올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해 '떠날지도 모른다'는 팬들의 걱정이 가득하다. 손아섭, 전준우 등이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위 선수들에 비해 아직은 경력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최근 라인업을 보면 가끔 야구장을 찾는 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들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야구장을 찾는게 어색한 일이 될 수 있다. NC에 입단한 손민한이 5일 마산구장에서 선발등판한다는 소식이 롯데 소식보다 더 화제가 됐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 올드팬들에게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코칭스태프가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롯데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시진 감독-박흥식 타격코치-정민태 투수코치 체제를 완성했다. 넥센 사단을 그대로 모셔왔다. 지난해 박정태 타격코치-주형광 투수코치가 팀을 이끌었던 것과는 상반된다. 롯데 출신의 염종석, 박현승, 김응국 코치 등이 1군에 있지만 그 역할이 제한적이고 박정태-주형광 코치와 비교해 상징성 자체가 다르다. 일례로 박정태 코치는 지난 시즌 롯데 타선이 침체기일 때 엄청난 비난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롯데팬들의 비난은 관심과 애증의 느낌으로 풀이하는게 맞다. 욕은 해도 자신들의 오랜 스타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던 것이다. 비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관중 악몽…완벽했던 스토리텔링

사실 롯데의 관중동원 악몽은 시즌 전부터 어느정도 감지가 됐다. 관중 감소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몇가지 요소들이 거론됐고, 실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악재들이 현실화 되기 시작했다.

일단 신생팀 NC와의 관계다. NC의 홈인 창원 마산구장은 사실 롯데의 텃밭이었다. 부산팬들보다 더욱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마산팬들이라고 했다. 때문에 롯데쪽에서도 "팬들이 쉽게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방심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NC가 예상보다 빠르게 마산에 자리를 잡고 있다. 실제로 마산 지역의 한 팬은 "NC 등장 덕에 어렵게 고향팀으로 건너간 팬들도 있고, 또 롯데에 대한 정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팬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지나치게 NC의 마신 진입을 경계한 롯데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긴 팬들도 많았다.


여기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돈은 안쓰면서 돈은 벌려한다'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가장 큰 치명타를 입힌 부분이다. 롯데는 다른 구단들과의 실탄 싸움에서 밀리며 홍성흔과 김주찬을 빼았겼다. 김주찬의 예를 들어보자. 김주찬은 KIA와 총액 5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는 "우리도 49억까지 베팅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게 역효과였다. 불과 1억원 차이로 선수를 내줬다는게 성난 팬들의 민심을 더욱 흔들었다. 불과 1년 전 얼마 안되는 금액 차이로 임경완을 놓치고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성환과 헐값에 계약하는 과정, 그리고 많은 돈을 투자해 붙잡은 정대현과 이승호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데 부터 어느정도 반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
여기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구장 입장료 가격을 올리자 팬들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최근 몇년간 부산, 경남 지역 경기가 점점 하락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 입장료 인상 방침은 최악의 카드가 돼버렸다.

물론 롯데도 할 말은 있다. FA 선수들을 일부로 떠나보낸게 아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협상을 했고, 최대 금액을 제시했지만 선수들의 마음이 떠난 건 어쩔 수 없었다. 입장료 부분도 할 말이 있다. 테이블석, 지정석 기준으로 지난 시즌보다 가격을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구장들과 비교해 더욱 저렴하거나 비슷한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단이 잊은게 있다. 잠실구장을 예로 들자. 잠실구장의 테이블석은 4만원이다. 롯데 프리미엄석 3만5000원보다 비싸다. 하지만 이 테이블석은 평일에도 없어서 못파는 지경이다. 그만큼 서울은 인구가 많고 야구장을 찾는게 월례, 연례 행사인 팬들이 많다. 어쩌다 가는 야구장에 많은 돈을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산은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계속해서 찾는 특이성이 있다. 이들에게는 인상된 입장료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여러 악재들이 거짓말처럼 동일선상에서 팬들의 시선에 들어왔고, 이 폭탄들이 한꺼번에 터지며 롯데로서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