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감독 입장에선 불펜으로 쓰고 싶지. 하지만…."
롯데에서 방출된 뒤,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여론이 좋지 않아 한 차례 복귀가 무산되기도 했고, 1년이란 시간이 더 지난 뒤에야 선수협의 용서를 받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당초 손민한은 경험이 부족한 NC 중간계투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의 결정은 '선발투수 손민한'이었다.
단단해진 NC 선발진은 기록에서도 최고임을 입증하고 있다. 선발투수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라 할 수 있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횟수에서 27회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마운드가 강하다고 불리는 삼성보다도 1회 더 많다.
하지만 손민한이 들어오면, NC 선발진은 재편이 불가피하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감독이라고 왜 민한이 같은 투수를 불펜에서 쓰고 싶지 않겠나. 경험이 많고 컨트롤이 좋은 투수인데 당연하다"며 아쉬워했다.
선발과 타선이 자리를 잡은 NC는 경험 부족한 젊은 투수들로 채워져 있는 중간계투진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손민한이 들어올 경우, 불펜진이 한층 두터워질 수 있다.
|
김 감독은 "지금 민한이의 몸상태는 불펜에서 한 차례 몸을 풀면, 그 날 무조건 나가야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간계투는 경기 상황에 따라, 몸을 풀었다가도 다시 못 나가게 될 때가 비일비재하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현재 몸상태로는 다음 날 좋은 공이 나올 수 없다"며 "차라리 한 경기를 맡기는 게 팀 입장에선 더 낫다"고 설명했다.
현재 선발진이 잘 돌아가고 있지만, 손민한이 잘 던지면 역시 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선발투수 중 한 명이 뒷문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 김 감독은 "선발진에서 빠지게 되는 투수도 팀이 우선이니까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생각해서 하는 결정은 아니다"라며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임을 털어놨다.
손민한은 2군(퓨처스리그) 6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다. 이미 5월 중순부터 2군 등판 경기를 제외하곤, 1군 선수단과 함께 움직이며 팀 분위기를 익혀왔다. 상대팀 선수들도 유심히 관찰했다. 지난달 23일 두산전에선 투구수 100개를 기록하며 선발 복귀에 청신호를 밝혔다.
손민한의 현재 직구 최고구속은 140㎞대 초반.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직구 구속으로 나타나지 않는, 회전력이 좋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과거 전성기 때처럼 뛰어난 변화구와 제구력, 완급조절로 타자를 요리하는 능력 만큼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김 감독은 "5월엔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 두 달 동안 경기를 치르면서 2군 경기나 훈련과는 다르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이제 6월은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다시 세팅하는 시기"라며 6월에 선수단 재정비를 마치겠다고 했다. '선발투수' 손민한은 그 중심에 있다.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이 복귀 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NC의 불안한 뒷문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까.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