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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팅까지 타고났다.'
투수가 공만 잘던지면 됐지, 방망이까지 잘 휘두른다면 이런 금상첨화가 없다.
공부 잘하면서 운동에서도 만능인 '팔방미인', '엄친아'인 것이다.
류현진이 그렇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데뷔 11경기 만에 완봉승을 일군 류현진은 마운드에서만 지존이 아니다.
류현진은 현재 타자로서의 성적은 24타수 6안타, 2할5푼을 기록하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6할1푼3리다.
안타 갯수 랭킹으로는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커쇼(다저스), 트레비스 우드(시카고컵스·이상 7개)에 이어 공동 3위다.
타율도 10경기 이상-20타수 이상 꾸준히 타석에 들어선 투수들을 놓고 봤을 때 우드(14경기 24타수 7안타·타율 0.292), 허드슨(애틀랜타·10경기 21타수 6안타·타율 0.286)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포지션이 투수인 까닭에 규정타석(소속 팀 경기수 X 3.1)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비록 공식 랭킹에 포함안되는 기록이지만 투수치고는 훌륭한 성적이다.
잘 던지는 류현진은 왜 잘치기까지 할까. 이에 대한 비결을 놓고 야구계에서는 크게 2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우선 메이저리그 선배인 김병현(넥센)은 야구선수로는 흔하지 않게 '좌투우타'라는 류현진의 장점을 꼽았다.
왼팔로 공을 던지는 대신 오른손잡이처럼 배팅을 하기 때문에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다른 투수(좌투좌타 또는 우투우타)들에 비해 덜하다는 것이다.
흔히 타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른바 '먹힌다'고 해서 타격때 공이 정타로 맞지 않을 때 손이 '찡'하며 울리는 부상이다. 이런 부상을 하면 손에 통증이 오래가고, 힘을 쓰지 못해서 애를 먹는다.
지난해 한화 강타자 김태균도 이 증상 때문에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좌완투수의 생명은 왼팔이다. 우타로 타격을 할 때 톱핸드(타격자세에서 배트를 잡을 때 위에 올라오는 손)가 오른손이 되는 대신 바텀핸드가 왼손이 되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이 줄어 타석에서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먹히는 것으로 인한 왼손 충격이 오른손보다는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구하는 손을 항상 조심해야 하는 투수로서는 왼손에 가해지는 부상 우려를 더는 것 만으로도 적잖은 이점이다.
하지만 이용철 KBS N 해설위원(49)은 약간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김병현이 언급한 장점보다는 류현진의 타고난 기량과 배짱이 더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 위원은 "타자들이 빗맞는 타구를 쳤을 때 느끼는 충격은 톱핸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바텀핸드도 그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충격을 느끼게 된다"면서 "류현진이 좌투우타라는 특성 때문에 타선에서 자신있다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학창시절 유격수로 뛰다가 대학 2학년 말 투수로 전향한 케이스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중심타선에서 활약하며 타격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이 위원이 투수와 타자의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다. 이 위원은 류현진이 고교 시절에도 배팅을 잘했던 점을 떠올리며 류현진이 막강한 메이저리그에서도 곧잘 칠 수 있는 것은 타고난 타격감각 때문이라고 본다.
비록 프로에 들어와서 7년간 타자로 뛴 적이 없지만 몸에 배인 천부적인 타격 소질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류현진은 배짱 두둑하고 낙천적이기로 유명하다. 메이저리그 투수를 상대한다고 해서 주눅들지 않고 '모 아니면 도'라는 배짱으로 타석에 임하기 때문에 공을 골라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류현진은 인천 동산고 시절 2005년 청룡기 대회 때 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8푼9리를 기록하는가 하면 같은 해 열린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 고교선수 홈런 레이스에서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다.
강타자의 피가 흐르고 있는 류현진의 타격본능에 좌투우타의 특성이 절묘하게 배합된 결과가 '방망이도 잘 치는 류현진'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