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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설이 뿌린 씨앗이 새로운 전설의 싹을 틔웠다.
류현진은 이날 홈구장인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지역 라이벌 LA 에인절스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2안타 7탈삼진으로 무실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달성했다. 특히 9이닝 동안 4사구가 단 1개도 없었다는 점에서 더 가치있는 완봉승으로 기록됐다. 말 그대로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없이 홀로 지배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날 승리로 인해 류현진은 많은 것을 얻었다. 팀내 다승 1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내셔널리그 신인왕 경쟁구도에서도 단숨에 선두로 치고 올랐기 때문이다. 비록 데뷔 첫해라 '루키'로 불리긴 하지만, 이미 한국무대에서 7년간 보여줬던 '언터처블 괴물'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로 인해 더 이상 류현진에 대해 '메이저리그에 처음 선을 보인 루키'라고 얕잡아 볼 이는 아무도 없게 된 것이다.
역대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던 한국인 투수들 가운데에서도 무4사구 완봉승은 단 1차례 밖에 없었다. 완봉승 자체가 드물었다. 류현진 이전까지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에서 완봉승을 거둔 인물은 박찬호와 김선우 뿐이었다. 횟수도 총 4번 밖에 안된다.
첫 번째 완봉승은 역시 '레전드' 박찬호가 작성했다. 박찬호는 LA다저스 소속이던 2000년 9월 30일 샌디에이고 전에서 9이닝 2안타 1볼넷 13탈삼진으로 첫 완봉승을 수확했다. 이어 2001년 7월 19일 밀워키전에서는 9이닝 2안타 9탈삼진 무4사구로 개인 두 번째 완봉승이자 한국인 메이저리거로서 처음으로 무4사구 완봉승을 달성했다. 박찬호는 샌디에이고로 팀을 옮긴 2006년 6월 3일에도 완봉승을 거뒀는데, 이 경기는 강우 콜드에 의한 6이닝 완봉승(6이닝 5안타 8탈삼진 2볼넷)이었다.
현재 두산 소속의 김선우도 콜로라도 소속이던 2005년 9월 25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와 9이닝 동안 3안타 3탈삼진을 기록하며 완봉승을 거둔 두 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로 이름을 올렸다.
결국 류현진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로서는 역대 세 번째로 완봉승을 달성한 투수가 된 것이다. 더불어 무4사구 완봉승은 '올드 레전드' 박찬호에 이어 두 번째로 달성했다. '올드 레전드'의 명예를 '뉴 레전드' 류현진이 이어가게 된 것이다. 류현진의 새로운 역사와 전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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