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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수호신 송창식 "혹사? 나에게 내일은 없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5-30 13:03 | 최종수정 2013-05-30 13:03



송창식. 예전 같았으면 송창식 이름 석자를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쳤을 때 가수 송창식의 프로필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야구선수 송창식의 프로필이 가장 크게 등장한다. 그만큼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제는 한화의 든든한 마무리 투수를 넘어, 리그 수준급 마무리 투수로 성장하고 있는 송창식의 야구 스토리를 들어봤다.

혹사 논란에 대해…

이번 시즌 송창식은 그야말로 전천후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불펜진이 매우 허약한 한화. 그나마 믿을 수 있는 투수가 제구력이 안정적인 송창식 뿐이었다. 결국 마무리 투수로 보직이 아예 바뀌었다. 이기는 경기 말미에는 무조건 송창식이 등판하는 식이다. 벌써 7세이브를 기록했다.

문제는 여기저기서 송창식을 향해 걱정의 시선을 보낸다는 것. 불펜투수들로부터 정상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아 1이닝을 책임지는 마무리가 아니다. 불안한 상황에는 이닝에 상관없이 무조건 등판한다. 불펜투수가 23경기 등판, 30⅓이닝을 소화했다. 세이브를 올린 28일 잠실 LG전도 1점차 급박한 상황이 이어지자 혼자 2이닝을 책임졌다. 혹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송창식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담담하다. 송창식은 "투수에게 어깨는 소모품이라고 생각한다. 투수라면 누구에게나 야구인생에 위기가 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같이, 오랜 무명 시절을 겪다 한 시즌 많은 공을 던진 후 이듬해 부상 등이 발생하는 투수들을 많이 봤다. 자신도 야구선수이기 전 한 명의 사람이기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송창식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확실히 같은 이닝을 소화해도 1군에서 던지는 것과 2군에서 던지는게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 어렵게 잡은 기회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중 일은 그 때 가서 생각할 문제다. 지금 내가 할 일은 팀이 필요할 때 마운드에 올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등판 간격과 투구수 등에 대해 잘 조절해주는 코칭스태프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한 생각이다.

버거씨병에 대해…

버거씨병. 송창식을 끝까지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돼버렸다. 폐쇄성 혈전혈관염이라고 불리우는 버거씨병은 손이나 발 등의 피부 세포나 조직이 죽어 썩어들어가는 질병으로 심할 경우 발병 부위를 절단하기까지 해야하는 심각한 병이다. 현재까지는 이 병에 대한 완치는 없다고 하는게 의학계의 일반적인 설명이라고 한다.

송창식도 이 무서운 질병을 앓았다. 하지만 이겨냈다. 송창식은 "2009년 여름, 날씨가 따뜻해지고 나서부터 갑자기 병이 사라졌다"며 "완치는 없다고 하지만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 몸은 건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송창식이 간간이 승리를 거둘 때마다 '버거씨병을 이겨낸 투혼'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언론보도들이 이어졌다. 올시즌 초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 조금씩 병에 대한 얘기가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송창식은 "이제는 내가 질병을 이겨낸 선수라는 얘기가 식상한가보다"라며 웃고 말았다.

송창식은 부탁이 하나 있다고 했다. 더이상 자신을 투혼의 선수로 바라보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송창식은 "이제는 야구 자체로만 평가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은 괜찮은데, 자꾸 병세와 엮여 얘기가 나오면, 실제 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아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 부담에 대해…

이제 누가 뭐라해도 한화 마무리는 송창식이다. 송창식은 "마무리라는 보직, 솔직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면 마무리 상황이라는 것을 머리 속에서 지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내 뒤에 훌륭한 투수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던지면 마음이 편해진다. 내 스스로 마무리 투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김광수 형 등 나보다 훌륭한 불펜투수들이 내 앞과 뒤를 받쳐주고 있기에 지금의 투구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창식은 구위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홈플레이트 좌우를 찌르는 절묘한 제구와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이 기가 막히다. 올시즌 갑자기 투수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송창식은 "정말 프로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인 것 같다. 개막 2연전, 내가 등판해 아쉽게 롯데에게 졌다. 만약, 그 두 경기가 잘 풀렸으면 우리 팀이 13연패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쉽다. 경기감각도 부족한 개막 2연전이었고, 상황도 너무 타이트했다.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배운게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투수에게는 사이클이 있다. 좋을 때가 있으면 안좋을 때가 무조건 있다. 다만, 최근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씩 터득하고 있는 중이다. 그게 최근 좋은 성적의 비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송창식은 한화팬들에게 영웅이다. 일부팬들은 "올시즌을 마치고 송창식이 달라는대로 연봉을 줘야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하지만 평소 자신에 대한 기사나 댓글 등을 챙겨보지 않는 송창식은 "아직 팬들의 반응을 크게 체감하지는 못한다"며 쑥쓰러워했다. 다만, "나도 사람이기에 팬들께서 좋아해주신다면 당연히 기분은 좋아진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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