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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삼성구단의 숨은 정성 '헉! 이 정도라니'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5-26 23:39 | 최종수정 2013-05-27 06:32


삼성 라이온즈의 김 인 사장과 신필렬 전 사장, 송삼봉 단장(왼쪽부터)이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개최된 실내훈련장 개장식서 축하행사를 치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삼성은 현존하는 최강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지난 2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는 기록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올시즌 들어서도 어느 팀도 달성한 적이 없던 통합우승 3연패를 목표로 잡더니 현재 선두경쟁을 하는 중이다. 이쯤되면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 후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이 이렇게 강해진 배경에는 우수한 기량을 보유한 선수와 이를 훌륭하게 활용하는 코칭스태프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수-코칭스태프만 탁월하다고 해서 하늘이 내려준다는 통합우승을 달성하는 게 아니다.

흔히 프로 스포츠에서 말하는 '3박자'가 유기적으로 조화돼야 한다. 나머지 3박자의 한 요소가 구단의 뒷바라지다.

구단이 깊은 애착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투자하고, 지원을 해야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신바람을 내는 것이다.

우승같은 업적을 달성했을 때 스포트라이트는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린 선수단에 쏠리지만 뒤에서 보이지 않는 땀을 흘린 프런트의 공로가 때로는 더 크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종전 두 시즌보다 빠른 페이스로 고공행진을 하는 삼성이 왜 강한지 엿보게 해주는 인상적인 정황이 포착됐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주어진다고 했던가. 요즘 삼성 프런트가 보이지 않게 하는 행동이 그랬다. 남들같으면 그냥 넘겨버릴 수 있는 민원까지 섬세하게 챙기고, 일찌감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구단은 벌써 내년 스프링캠프를 준비중이다. 이제 2013시즌 초반을 지냈을 뿐인데 벌써 내년 스프링캠프 준비라니.

삼성은 지난달 말 특별한(?) 일본 손님 3명을 모셨다. 이들 일본 손님은 지난 20∼23일에도 은밀히 삼성 구단을 찾아왔다. 2회에 걸친 방문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손님'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객' 입장인 삼성 구단이 무언가 요구를 하기 위해 불러들인 서비스 제공자였다.

이들 일본 파견단은 삼성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때 사용하는 리잔시파크호텔의 주방장을 비롯한 요리사들이다.

이들은 이번에 두 차례에 걸친 방한을 통해 삼성의 홈-원정경기와 삼성 전용 훈련장인 경산 볼파크 등을 견학했다. 단순 견학이 아니다. 그들의 손에는 수첩과 카메라가 들려있었고, 삼성 구단 직원의 설명을 부지런히 메모하며 현장학습을 제대로 하고 떠났다.

구단이 오키나와 전지훈련때 선수들의 먹거리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올해 초 오키나와 훈련때 현장 밀착지원을 위해 캠프를 방문했던 김 인 사장과 송삼봉 단장은 선수단의 작은 민원을 접수했다.

리잔시파크호텔에서 제공하는 식사와 간식이 입맛에 살짝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한식 요리를 모방한다고 해도 왠지 어설프고 서양식 뷔페는 질리기 십상이다.

이에 구단 고위층은 특명을 내렸다. 리잔시파크호텔의 식사 담당 직원들을 불러다가 한국식 노하우을 전수하라는 것이었다.

일본 파견단의 방한일정도 치밀했다. 지난달 24, 25일 LG와의 잠실 원정경기에 맞춰 1차 방한했을 때에는 삼성이 서울 원정숙소로 사용하는 강남 리베라호텔을 비롯해 잠실구장 원정 라커룸 등을 방문해 선수들이 원정경기때 어떤 메뉴로 식사와 간식을 제공받는지 조사했다.

이번 2차 방문은 대구 홈경기에 맞춰 이뤄진 것이다. 경산 볼파크의 구내식당에서 삼성 선수들의 입맛을 누구보다 잘아는 식당 아주머니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았다고 한다.

삼성 선수들이 시즌 중에 어떤 형태로 식사를 하고, 때때로 제공받는 간식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파악해 내년 오키나와 캠프에서 그대로 적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한국사람은 밥심이라고, 잘 먹어야 힘도 나는 법 아니겠나. 전지훈련에서도 시즌 도중과 똑같은 방식으로 식사요법을 해야 컨디션이 유지되고 훈련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섬세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인 사장은 9개 구단 사장 가운데 유일하게 올시즌 홈-원정경기를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찾아다닌다. 지난 2010년 12월 삼성 구단 사장으로 부임한 뒤 유지해온 습관이라고 한다.

그것도 선수단에 부담될까봐 조용히 야구장 원정 임원실에서 거의 두문불출한다. 경기만 보는 게 아니라 선수들 불편사항이 무엇인지 수시로 체크한단다.

"야구단 사장에게 사무실보다 더 중요한 곳이 야구장 현장이다. 혹시 누가 질문을 하더라도 우리팀 사정 만큼은 꿰뚫고 있어야 하기에 당연한 일"이라는 게 김 사장의 말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넘기지 않는 구단의 섬세함이 삼성을 강하게 만든 숨은 공신이었다.

작은 정성이 쌓여야 큰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잘 알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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