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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KIA 윤석민, 무엇이 문제였나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5-22 21:12 | 최종수정 2013-05-23 06:28



너무도 평범했다. '대한민국 에이스' 윤석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KIA 윤석민이 22일 광주 한화전에 선발등판했다. 시즌 두번째 선발등판. 이번에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5회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4⅓이닝 동안 투구수는 105개에 이르렀다. 이날 기록은 4⅓이닝 8안타 3볼넷 3삼진 3실점(2자책).

윤석민 발목 잡은 어깨?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광주 SK전에 이어 올시즌 두번째 선발등판이었다. 당시 윤석민은 5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앞서 중간계투로 두 차례 나선 뒤 첫 선발등판. 초반에 다소 흔들린 모습을 제외하면, 윤석민은 특유의 경기운영능력을 통해 가능성을 보이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는 100개를 정확히 채웠다.

두번째 등판 땐 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직구가 1회와 2회까진 140㎞대 중반에 머물렀지만, 어깨가 풀려가면서 3회부터는 140㎞대 후반을 찍었다. 중계카메라 기준으로 최고 149㎞까지 나왔다.

윤석민은 지난 3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으로 인해 어깨 근육에 통증을 느꼈다. 평소와 비교해 제대로 된 출발을 하지 못했다. 몸이 덜 만들어진 상태에서 WBC에 나섰다 화를 입고, 뒤늦게 시즌을 출발하게 됐다.

어깨 부상은 일단 직구 구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도 두번째 선발등판에서 윤석민의 스피드가 올라왔다는 건 분명 좋은 징조다. 구위는 마음 먹는다고 단숨에 끌어올릴 수 없다. 윤석민 역시 아직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변화구 살리려면? 결국 직구 구위 끌어올려야…


하지만 3회부터 직구 스피드가 올라온 건 분명 문제였다. 경기 초반, 한화 타선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직구 구위가 살지 않으니 결정구인 슬라이더는 물론, 서드피치(Third Pitch)라 할 수 있는 체인지업도 통하지 않았다.


12일 포항야구장에서 프로야구 삼성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KIA 윤석민이 6회 선두타자 최형우를 1루 땅볼로 처리하며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포항=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5.12
1회초 2사 후 최진행에게 던진 체인지업은 완벽한 실투였다. 밋밋한 체인지업이 높게 들어갔다면? 타자에겐 완벽하게 좋은 먹잇감이다. 결과는 좌익수 왼쪽으로 향하는 2루타. 윤석민은 김태균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태완에게 좌중간으로 빠지는 2루타를 얻어맞았다. 초구에 몸쪽 직구를 잘 찔러넣고도, 결정구인 슬라이더가 높게 들어가면서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2회에도 선두타자 김경언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불안하게 출발했다. 김경언의 도루 실패가 나오지 않았다면, 더욱 어렵게 경기를 풀어갈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게 직구 구위의 문제였다. 변화구는 원래 강한 직구가 있어야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이날 윤석민의 변화구는 위력이 없었다. 특히 직구 타이밍에 나오는 체인지업의 경우,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뒷받침해줘야 할 제3의 구종이 너무도 빈약했다.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팔 스윙이 변한 것도 문제였다. 특유의 고속슬라이더는 없었다. 사실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컷패스트볼과 흡사한 궤적을 보일 정도로, 빠르고 급격히 휜다. 하지만 이날은 너무도 '평범한' 슬라이더였다. 3회 이후 슬라이더의 스피드가 최고 140㎞까지 올라왔지만, 전체적으로 날카롭지 못했다.

불운했던 윤석민, 에이스라면 이겨내야 한다

물론 운이 따르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3회 실점은 실책과 윤석민의 보크가 겹쳐 나왔다. 2사 2루서 김태균의 평범한 유격수 앞 땅볼 때 김선빈이 실책을 범했다.

이닝이 종료됐어야 하는 순간이었다. 곧이어 윤석민은 1루에 출루한 김태균의 스킵 동작에 속아 보크를 범하고 말았다. 이미 한 차례의 실책으로 인해 흔들린 상황에서 발이 빠르지 않은 김태균의 작은 동작 하나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포수의 1루 콜을 듣고 투구 동작을 멈춰 버렸다. 그냥 투구했어야 하지만, 몸이 반박자 늦게 반응하면서 보크를 범했다.

4회 마지막 실점은 중견수 이용규가 선두타자 김경언의 타구를 잃어버린 게 발단이었다. 2루타를 내주고 흔들린 윤석민은 오선진에게 12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내줬고, 박노민에게 너무나 쉽게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하지만 윤석민 정도의 에이스라면, 이런 불운은 딛고 일어서야 했다. KIA를 이끌어가는 에이스라면, 더욱 그렇다. 보크는 범하지 말아야 할 실수였다. 수비 실수와 상대의 집요한 커트를 이겨내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강한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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