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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경태의 '조용한 진화', 새로운 무기가 될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5-20 17:54 | 최종수정 2013-05-21 06:32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7일 광주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무사 1루 LG 정성훈 타석 때 교체된 투수 박경태가 공을 뿌리고 있다.
광주=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4.17/

"이제야 점점 자기 공을 던지고 있네."

요즘 KIA 좌완투수 박경태를 바라보는 선동열 감독의 표정에 온기가 넘친다. 스프링캠프에서 기대했던 모습이 늦게나마 조금씩 다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박빙 상황에서 계속 볼을 남발하거나 적시타를 맞으면서, '불을 끄러' 나갔다가 오히려 '불을 저지르고' 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박경태가 조용히 진화하고 있다.

2012시즌을 앞두고 KIA에 부임한 선 감독은 불펜 투수 중에서 박경태를 보자마자 큰 기대감을 걸었다. 왼손 투수인데 140㎞중후반의 묵직한 공을 던지는 모습에서 큰 희망을 품게 된 것이다. 게다가 박경태는 스프링캠프 때마다 매우 뛰어난 구위와 제구력을 보여주곤 했다. 선 감독 뿐만 아니라 전임 조범현 감독 역시 이런 점 때문에 박경태에게 신뢰를 품었었다.

하지만 박경태는 정규시즌이 시작되고 실전에만 투입되면 캠프에서 보여줬던 뛰어난 모습을 재현하지 못하곤 했다. 캠프에서의 모습만 봐서는 필승조는 물론, 선발로도 충분히 쓸만 하다고 여겼는데, 막상 실전에서는 패전처리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실망감만 안긴 것이다.

결국 지난해 박경태는 27경기에 나와 1승6패에 평균자책점 7.34로 극히 부진했다. 선 감독이 기대를 거둘 무렵, 또 '스프링캠프의 무력시위'가 이어졌다. 선 감독은 "캠프에서의 구위만 보면 오히려 에이스인 윤석민이나 김진우, 그리고 같은 좌완인 양현종보다도 훨씬 좋더라"며 다시 박경태에게 신뢰를 보냈다. 결국 박경태는 올해 역시 초반 필승조나 롱릴리프로 활약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실전 난조'의 패턴이 초반에 또 반복됐다. 3월 31일 광주 넥센전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다음 등판인 4월 4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1이닝 만에 3안타 2볼넷으로 2실점을 하고 말았다. 다음 등판인 4월 9일 광주 두산전에서는 또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더니 네 번째 출전인 11일 광주 두산전에선 2이닝 동안 3안타 2볼넷으로 무려 3점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렇듯 한 경기 잘하고, 다음 경기 못하는 패턴이 이어지면 벤치에서 믿고 쓰기 어렵다. 결국 박경태는 패전처리로 밀려났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박경태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 2일 잠실 두산전부터 19일 잠실 LG전까지 최근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특히 19일에는 시즌 최다인 2⅓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맞으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의 패배에 가리긴 했어도 볼넷을 1개도 내주지 않으며 시즌 최다이닝 투구를 달성한 것이다. 선 감독이 "이제야 자기 공을 던진다"고 할 정도다.


박경태의 진화는 새로 가세한 송은범 신승현이 효과로 해석된다. 이들이 필승조로 활약하면서 부담감을 털어내자 마운드에서 집중력이 살아난 것이다. 6경기 연속 무실점이 그 결과다. 박경태가 살아난다면 KIA 불펜은 한층 풍성해질 수 있다. 이런 패턴을 이어간다면 필승조가 지쳤을 때나 왼손 투수가 필요할 때 언제든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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