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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에서 (조)영훈이만 편안하게 쳐주면 되겠어."
그는 감독의 스트레스에 대한 얘길 자주 한다. 신생팀 사령탑을 맡고 나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과거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다른 팀 감독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면서 4강의 '4'자나 우승의 '우'자 나오는 팀 감독들은 매일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간다고 말한다.
NC가 김 감독에게 원하는 건 4강이나 우승이 아니다.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멋지고 재밌는 경기를 펼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선수들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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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모두 NC의 주축이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에 비해 다들 많이 좋아졌다. 처음엔 야구 외적인 문제가 있었다. 다들 무언가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자기 실력이 안 나왔다. 타석에서 조급해지거나, 선구안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보통 보상선수나 트레이드로 이적하는 선수들은 기존 구단에서 '버림받았다' 혹은 이번엔 반드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NC에 온 선수들 역시 각자 차이는 있었겠지만. 조금은 그런 마음이 앞섰나 보다. 적어도 김 감독의 눈에는 그랬다.
하지만 이젠 다들 좋은 활약을 보여줘 흐뭇하기만 하다. 김 감독은 "(김)종호를 봐라. 선구안도 좋아지고, 빗맞은 안타가 나오면서 타격감이 올라왔다. 쓸데 없는 부담을 버린 게 효과가 있다"고 했다. 타격훈련에 한창인 모창민과 조영훈을 바라보던 김 감독은 "창민이가 배트 나오는 게 확실히 가벼워졌네. 이제 1루에서 영훈이만 편안하게 쳐주면 되겠네"라며 미소지었다.
김 감독의 눈이 정확했던 걸까. 조영훈은 이날 1회초 2사 만루서 우측 담장을 맞히는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팀의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부담 없이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것이다. 이날 팀이 올린 4득점 중 3점이 조영훈의 타점이었다. 6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데뷔 후 처음 4안타 경기를 했다.
잠시 뒤 훈련을 마친 박정준이 덕아웃에 들어왔다.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박정준은 롯데와의 앞선 2경기 모두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김 감독은 "정준아, 친정팀 왔다고 너무 보여주려고 하지 말고. 알았지?"라며 박정준을 격려했다. 박정준 역시 3안타 경기를 하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부산=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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