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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승 1위 된 배영수, 느림의 미학의 승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5-15 06:07


리그 2.3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과 두산의 2013 프로야구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14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삼성 선발 배영수가 두산 타선을 상대로 역투를 하고 있다. 배영수는 올시즌 4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5.14/

물론 끝까지 가야 결과가 정해진다. 하지만 단 하루라도 다승 부문 단독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는 기쁨은 엄청나지 않을까. 그 주인공이 삼성 배영수라면 말이다.

배영수가 시즌 5승째를 거머줬다. 배영수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동안 상대 타선에 안타 8개를 허용했지만 단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의 7대3 승리를 이끌어 승리투수가 됐다. 4-1로 앞서가던 상황에서 내려가 팀이 3-4까지 추격을 당해 승리를 따내는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팀 동료들이 8회와 9회 쐐기점을 얻어주며 승리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자신의 승리 뿐 아니라 팀이 7연승을 거두며 시즌 첫 단독선두에 올라 기쁨이 두 배였다.

올시즌 배영수의 트레이드마크는 끝을 알 수 없는 위기관리능력. 올시즌 6경기에 선발등판해 4승을 챙기는 동안 평균자책점은 5.45나 됐다. 평균자책점과 승수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두산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만루홈런 두방을 허용하며 '개만두'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어야 했다. 하지만 상대에게 남기는 인상은 강하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인 두산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관록이 묻어나더라"라며 배영수의 투구를 경계했다.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5이닝 동안 안타를 8개나 내줬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귀신같은 집중력으로 고비를 넘겼다. 1회 2사 만루 위기에서 김동주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팀이 4-0으로 앞서던 5회 2아웃을 잡고 볼넷과 안타 2개를 내주며 1실점했다. 이어진 타석에서 김동주에게 사구를 내주며 또 한 번 2사 만루의 아찔한 상황을 맞이했지만 최주환을 차분하게 1루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느림의 미학이 돋보인다. 이날 경기 직구 최고구속이 148km까지 나왔지만 대부분의 직구는 140km 초반대 구속에 머물렀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구속, 구위도 평범했다. 왕년에는 강속구 하나로 상대 타자들을 손쉽게 잡아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있다. 어쩔 수 없이 볼카운트 싸움을 어렵게 끌고갈 수밖에 없다. 5회까지 공을 104개나 던졌다. 하지만 침착했다. 타자와의 승부에서 상대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썼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타자를 유인하는 등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식의 투구에 오히려 추격이 급했던 두산 타자들이 말려들었다. 승부 타이밍, 배영수의 결정구인 슬라이더에 제 스윙을 하지 못하고 공을 맞히는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10대0으로 이기든, 1대0으로 이기든 똑같은 1승인 것과 같이 완봉승이든, 5이닝을 던진 후 얻은 승리든 투수에게는 값진 1승이다. 특히, 2004년 17승을 거두며 다승왕을 차지하고 시즌 MVP를 수상하며 프로야구판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알렸지만, 2007년 팔꿈치 수술 이후 이렇다할 활약이 없어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투수에게라면 더욱 그렇다.

배영수는 경기 후 "오늘 만루 위기가 두 번 있었는데 (개만두 사건 때문에) 절대 맞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화요일 첫 경긴데 오래 던지지 못해 중간투수들에게 미안했다. 야구가 팀 플레이라는걸 여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승수를 계속 쌓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내가 등판할 때마다 타선과의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꾸역꾸역 승수를 쌓아가고 있는데 2아웃 이후 안타 맞는 부분을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오늘 경기는 야수들의 호수비에 고마움을 느낀다"는 소감을 밝혔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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