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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트레이드로부터 1주일, KIA는 4연패를 당했다. 순위는 1위에서 4위로 뚝 떨어졌다. 그래도 선동열 감독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다. "타선은 기복이 있게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키는 야구를 해야한다"는게 선 감독의 믿음이다. 과거 삼성 시절부터의 지론이고, 실제로도 이런 형태의 팀 운용이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것도 입증됐다. 선 감독이 공격력의 약화를 감소하고서도 불펜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러 기록으로 살펴보면 확실히 트레이드 후 KIA 불펜은 한층 안정됐다. 투수력의 세기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들이 이를 입증한다. 우선은 평균자책점. 투수력을 판가름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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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은 조만간 선발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송은범과 신승현이 여전히 필승조 역할을 해줄 것인데다 윤석민에게 선발 자리를 내준 좌완 임준섭이 다시 불펜으로 온다면 향후 지속적으로 불펜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살펴볼 지표는 바로 삼진/볼넷 비율과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이다. 두 지표는 투수들의 제구력을 수치화해 보여준다. 삼진/볼넷 비율이 클수록 볼넷을 적게 내줬다는 뜻이고, 투수가 안타나 볼넷 등으로 타자를 누상에 내보내는 비율을 뜻하는 WHIP는 수치가 낮을 수록 좋다.
트레이드 이전 KIA의 삼진/볼넷 비율과 WHIP는 각각 1.46과 1.59였다. 삼진/볼넷 비율은 5위 수준이었고, WHIP는 9개 구단 중 8위였다. 그런데 트레이드 후에는 삼진/볼넷 비율이 무려 2.65로 크게 올랐다. 삼진을 볼넷보다 2.6배 이상 잡아냈다는 뜻이다. 그만큼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면서도 안정적인 제구력을 보여줬다는 것을 나타낸다. WHIP 역시 1.35로 좋아졌다. 9개 구단 중 4위 레벨이다.
결과적으로 KIA는 '불펜의 강화'라는 목적은 확실하게 이뤄냈다. 이제 다소 침체기에 들어간 타선만 살아난다면 다시 리그 1위를 달리던 막강한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선 감독이 4연패 앞에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