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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효자되고, 나도 인터뷰 다 준비해놨는데…."
주변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경기에 져서 아쉽지만, 너는 잘 했다'는 식이었다. 나성범은 "수비 나가 있을 때 계속 힘 빼고 던지라고 생각했다. 다 이겼다 생각했는데…"라며 "개인적으론 좋을 지 몰라도, 팀이 이겨야 신나는 것 아닌가. 어젠 선수들 모두 '멘붕'이 왔다"고 말했다.
그래도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큰 선물을 드렸다. 나성범은 "경기 하면서 생각이 나더라. 1호 홈런은 아버지 선물, 2호 홈런은 어머니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더 나오면 형 선물?"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속이 상했다. 나성범은 오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9회초 2사 2,3루서 2타점 역전 2루타를 날린 주인공이었다.
나성범과 오선진은 출신 지역이 다르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 광주에서 야구를 한 나성범이 대성초등학교 재학 시절 때 서울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 상대팀으로 만난 뒤 친해졌다. 당시 상대팀이었던 화곡초등학교는 오선진을 비롯해 두산 최재훈, LG 이형종 등이 있는 강팀이었다. 이후 고등학교 시절에 재회해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 친구가 됐다.
통화 내용은 뭐였을까. 나성범은 "선진이한테 '누군 효자되고, 누군 준비한 인터뷰도 못 했다'고 뭐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오선진은 전날 경기 후 "경기 전에 어머님께서 오늘 경기에 좋은 선물하라고 말씀하셨다. 어버이날에 좋은 선물을 드린 것 같아 기쁘다"는 말을 남겼다. 홈런 두 방을 날린 나성범에 이어 또다른 '효자'가 만들어진 것이다.
홈런 치고 베이스를 돌 때 3루수인 오선진이 유독 째려 보는 게 심상치 않았다고. 결국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는구나 싶었다.
NC의 '예비 스타'답게 인터뷰 실력도 출중했다. 겸손하면서도 위트 있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나성범은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NC하면 생각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목표는 최대한 많은 타점을 쌓는 것. 나성범은 "팬들이 집중할 때 치는 게 멋있지 않나. 타율 낮아도 100타점 올리는 선배들 보면 너무 멋있다"며 웃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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