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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잘 피해왔지."
선 감독은 10일 포항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전에 가진 롯데와의 3연전을 돌이켰다.
전날 KIA는 광주 롯데전을 하던 중 0-2로 뒤지던 3회초 빗발이 굵어져 노게임이 선언됐다.
이전 롯데전에서 2연패를 당했던 선 감독은 사실 하늘이 고마웠다고 말했다.
줄곧 선두행진을 하던 KIA는 이번에 롯데전 연패를 하면서 넥센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중하위권 팀인 롯데에게 허를 찌린 KIA로서는 3연패까지 떠안으면 분위기가 크게 떨어질 뻔했다.
아니나 다를까. 초반 리드에 성공하기는 커녕 0-2로 기선을 빼앗긴 상태에서 기가 떨어질 무렵 비가 도와준 것이다.
여기에 10일부터 시작되는 포항 원정경기를 치르기 위해 광주에서 포항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KIA는 체력도 벌었다.
경기가 일찍 중단된 덕분에 숙소인 경주 코모도호텔까지 도착하니 새벽 1시가 조금 넘더라는 것이다.
만약 롯데전이 정상적으로 치러졌더라면 새벽 4∼5시가 돼야 경주에 도착할 수 있고 이날 삼성전을 준비하는데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있었다.
삼성은 4일 휴식을 취한 터여서 상대적으로 크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하늘이 도와준 것이다.
선 감독은 이번 롯데전이 세 번째 위기였는데 잘 피해갔다며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선 감독이 꼽은 첫 번째 위기는 지난달 18일 LG전에서 12대13으로 역전패했을 때다. 2연승 뒤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선 감독은 이튿날 치러질 SK전을 위해 광주에서 인천까지 이동해야 했다.
당시 선 감독은 역전패로 인해 맥이 빠졌는데 원거리 원정이니 연패에 빠질 페이스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단다.
하지만 KIA는 19일 SK전에서 초반 리드에 성공한 덕분에 4대3으로 신승했고, 20일 경기 우천취소로 체력을 비축한 뒤 21일까지 연승을 기록했다. 여기서도 하늘이 살짝 도와준 것이다.
두 번째 위기는 지난 3일 넥센전에서 0대1로 패해 2연패에 빠졌을 때다. KIA의 연패는 이 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KIA는 이날 패배 이후 2연승으로 넥센전을 위닝시리즈로 마무리하며 기사회생했다.
이후 롯데전 2연패를 한 뒤 다시 삼성전을 맞은 선 감독이다. "그동안 이리저리 위기를 잘 피해왔으니 이번에도 2승1패를 하고 돌아가면 여한이 없겠다"며 그동안의 위기돌파 징크스를 굳게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포항=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