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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잠시보류, 서동욱의 '선택과 집중'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5-10 10:11 | 최종수정 2013-05-10 10:11


2013 프로야구 LG와 넥센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8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최근 LG에서 트레이드 되어 첫 스타팅 멤버로 나선 서동욱이 2회 타석에서 주자 일소 3루타를 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5.08/

LG 시절이던 지난 3월13일 마산 NC전에서 오른쪽 타석에 등장했던 서동욱. 9회초 1사 1,3루에서 좌익수 앞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13/

9일 잠실구장. LG전을 앞둔 넥센 염경엽 감독은 서동욱 선발 출전 여부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이날 3루 선발 출전 예정자는 김민성. LG 선발이 좌완 신재웅으로 예고된 데 따른 우타자 배치 차원도 있었다. 넥센 1군 데뷔전이었던 전날(8일) 친정 LG전에서 결승 적시 3루타 등 멀티히트를 기록했던 서동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을 터. 하지만 상대 좌완 선발이 선발 출전을 막았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조금 아쉬운 듯 했다. "난 오늘 선발이 이쪽(밑으로 던지는 제스쳐를 취하며)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어제 서동욱을 올린 거였는데…." 좌완 신재웅이 아닌 잠수함 신정락을 예상했다는 이야기. 그랬다면 서동욱에게 2경기 연속 선발 기회를 주려 했다는 뜻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생각 하나? 서동욱은 원래 스위치 히터였다는 사실(LG 시절이던 올 초 시범경기 때까지만 해도 오른쪽 타석에 섰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서동욱이 트레이드되자마자 "당분간 스위치 히터는 없다"고 공언했다. 이날 또 한번 강조했다. "일단 왼쪽에만 전념하라고 했어요. 왼쪽으로 한 시즌 0.280을 넘기면 그때서야 오른쪽도 해보라고 했죠."

이유? 간단하다. 이도 저도 아닌 무늬만 스위치히터였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사실 왼쪽만 죽기 살기로 해도 3할을 못 치지 않나. 오른쪽에서 타율이 2할대 초·중반인데, 굳이 스위치히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동욱에게 스위치히터의 추억은 강렬하다. 지난 2008년 9월2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6, 9회 좌-우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좌-우 연타석 홈런이었다.

서동욱은 공-수를 걸쳐 못하는게 없다. 공격은 좌-우 타석, 수비에서는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하다. 최근 외야까지 영역을 넓혔다. 팔방미인. 손해를 본 측면도 있다. 한 자리를 굳히지 못하고 떠돌았다. '멀티 플레이어', '다재다능'이란 수식어가 붙었지만 크게 덕을 본 건 없다.

LG 운영팀장과 수비초치 시절부터 서동욱을 유심히 지켜봤던 염경엽 감독. 당장 필요한 처방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너무 자주 변화를 주다 보니, 자질은 충분히 뛰어난데 확실한 자기만의 것을 찾을 시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해법은 '선택과 집중'임을 알고 내린 처방. 다양성은 그 이후에 장착해도 늦지 않을 거란 판단이다. 스위치히터에 대한 '포기'가 아닌 '일시 정지'. 서동욱의 집념과 노력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조치다.

"동욱이는 정말 많이 노력하는 선수입니다. 잘 해 낼 수 있을 겁니다."

기분 좋게 출발한 넥센맨 서동욱. 이적 첫 해 좌타석 타율 2할8푼을 넘길 수 있을까. 내년 시즌 그를 오른쪽 타석에서도 보기 위해 먼저 충족돼야 할 마지노선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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