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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염경엽 감독은 이번 주중 삼성과의 원정경기를 맞아 도박카드를 들고나왔다. 5명 선발 자원 가운데 2-3선발 김병현-밴헤켄을 아예 제외시킨 것이다.
염 감독은 지난 주부터 일시적으로 변형된 선발 로테이션을 선택했다. 김병현-밴헤켄을 빼는 대신 나이트-강윤구-김영민 3명으로 꾸려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병현은 지난달 20일, 밴헤켄은 23일 1군에서 제외됐다. 지난 26∼29일 4일 휴식이 끼었기에 가능한 선택이기도 했다. 이번 삼성전에서 김병현-밴헤켄을 피해가도록 하겠다는 포석도 있다.
1일 계속된 주중 2차전은 염 감독의 도박이 본격적인 실험대에 오른 무대였다. 결과는 8대5 승리에 위닝시리즈. 지난달 삼성과의 첫 맞대결에서 나이트-김병현-밴헤켄을 내세웠다가 1승2패 열세였던 것에 비하면 대성공이었다.
김병현과 밴헤켄은 삼성을 상대로 유독 약했다. 밴헤켄은 지난해 4경기에서 승리없이 3패를 당했다. 평균자책점도 5.40으로 그가 상대한 7개 상대팀 가운데 가장 나빴다. 지난 14일 올시즌 첫 삼성전에서도 4⅓이닝 8안타 4볼넷에 4실점을 하며 또 패전투수가 됐다. 고전하기는 김병현도 비슷했다. 지난해 삼성전 2경기에서 1패(평균자책점 6.35)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등판에서도 5이닝 동안 9안타(2홈런) 2볼넷 7실점(평균자책점 12.60)으로 무너졌다. 삼성 앞에서 작아지는 징크스가 여전히 남아 있으니 그대로 밀고 나가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염 감독이 삼성을 건너뛴 이유는 여기에만 있지 않다. 염 감독은 코치진을 통해 밴헤켄과 김병현이 삼성 타선을 격파할 수 있는 대책을 연구하는 중이다. 그동안 이들 두 선수의 삼성전 데이터를 모두 분석해 상대 타자별, 구질별로 어떻게 하다가 당했는지 원인을 찾는 것이다. 원인을 알면 해법도 보이게 마련이다. 염 감독은 "삼성에 당하게만 놔둘 수는 없다. 어차피 뚫고 가야 한다. 아직 대책이 나오지 않았으니 일보 후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막무가내 정신'으로…
염 감독이 이번 삼성전에서 선택한 카드가 강윤구-김영민이다. 1일 등판한 강윤구(23)는 고졸 4년차의 사실상 풋내기다.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이 2012년 4승(7패)이었다. 삼성과의 역대전적에서도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8.10으로 훌륭하지 않았다. 하지만 염 감독은 "아직 멋모르고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병현, 밴헤켄 정도의 관록이라면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윤구-김영민의 경우 아직 데이터를 의식할 필요가 없을 경력이다. 선발투수로서 뭐가 약점인지 모를테니 상대가 강팀이라고 해서 딱히 두려움도 없을 것이다"는 게 그의 설명.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칠테면 쳐보라'는 막무가내 정신으로 버티면 그날 컨디션에 따라 의외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염 감독이 강윤구에게 당부한 내용이기도 했다. 그의 도박은 적중했다. 강윤구는 이날 4회까지 무결점 피칭을 했다. 2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이었다. 잔루라고 해봐야 3차례 1루 뿐이었다. 팀타율 1위인 삼성 타선을 상대로 정말 '맞아도 좋다'는 식으로 과감하게 정면 승부를 했다. 5회 2사 1, 3루의 위기도 잘 넘겼던 그에게 옥의 티라면 마지막 6회였다. 투구수 100개를 넘기면서 구위가 떨어지는 듯 싶더니 계속된 안타로 1사 1,3루의 위기를 초래한 뒤 중간 이정훈과 교체됐다. 결국 이정훈의 적시타 허용으로 5⅓이닝, 6안타 4탈삼진 1볼넷, 2실점의 성적을 남겼지만 승리요건을 만든 것에 만족할 만했다.
함께 하는 야구도 통했다
염 감독이 강윤구 외에 야수들에게 강조한 말도 있다. 올시즌 넥센의 강점은 타선, 투수, 수비 중 어느 한쪽이 신바람을 내서 이기는 게 아니라 골고루 서로 보안해가며 승리하고 있으니 이런 장점을 살리자는 것. 넥센 야수들은 염 감독의 말도 잘 들었다. 실험대에 오른 강윤구를 돕기 위해 제대로 힘을 보탰다. 타선은 1회부터 강윤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박병호의 2타점 적시타로 기선잡기에 성공하더니 5회 김민성, 6회 이성열의 솔로포에 이어 7회 이택근(3점)-박병호(1점)의 백투백 홈런으로 화끈한 화력을 자랑했다. 실책을 2개나 범하며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이를 만회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타선의 지원이었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