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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진출 후 처음으로 1경기 2개 홈런을 터트렸다. 오릭스 이대호의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이대호는 29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4, 5호 홈런에 2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이대호는 이날 경기까지 올시즌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9푼2리(97타수 38안타), 5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퍼시픽리그 타율 2위, 홈런 공동 3위, 타점 2위다.
하지만 두 번째 시즌 이대호의 방망이는 '2년차 징크스' 따위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시원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유가 있다. 상대가 자신을 알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손해를, 자신이 상대를 파악해 얻을 수 있는 효과로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올시즌을 앞두고 출국 직전 "올해는 지난해보다 무조건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 일본 무대에 대한 적응은 완벽하게 마쳤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상대하는 투수들의 구위, 특성 등 부터 이동, 경기장 조건, 기후까지 일본 야구에 대한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파악했다는 자신감이었다. 이대호는 야구지능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선수. 같은 패를 들고 수싸움을 해서는 일본 투수들이 이대호를 쉽게 제압할 수 없다.
꿈도 이뤄질까.
이대호는 지난 3월에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준비하는 도중 "나도 FA"라고 말했다. 오릭스와 2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시 FA 자격을 얻게 된다. 현 상황 만을 놓고 볼 때 한국 복귀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오릭스에 남을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오릭스는 일본 내에서 성적, 인기가 가장 떨어지는 팀이다. 30홈런-100타점이 보장된다면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4번 타자를 다른 팀들이 그대로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 현지에서 각 구단들이 이대호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이승엽(삼성)을 포함해 많은 한국인 선수들을 영입했던 일본 최고의 인기구단이자 부자구단인 요미우리가 이대호 영입에 뛰어든다면 이대호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대호가 마음 속에 품고있는 최종 목적지는 일본이 아니다. 이대호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적은 없지만 넌지시 미국 진출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곤 했다. 한국 최고 타자의 자존심으로 더 큰 무대에 도전하고픈 꿈을 간직해왔다. 다만, 조심스러웠던 것은 자신이 투수가 아닌 타자라는 점 때문이었다.
통상적으로 메이저리그 팀들들은 아시아인 투수에게 관심이 높지만 야수는 그렇지 않다. 힘이 넘치는 타자들이 마이너리그에 넘쳐나는데 중심타자로 기용해야 할 선수를 아시아에서 데려온다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일본인 야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이대호와 비슷한 거포 스타일의 선수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한 마쓰이 히데키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대호는 파워 뿐 아니라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타격까지 겸비하고 있다. 미국에서 충분히 중장거리 타자로 활약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체력도 타고났다. 많은 경기수, 이동에 대한 부담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낙천적인 성격으로 새 문화에 금세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류현진(LA 다저스)과 추신수(신시내티)의 활약도 한국 선수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긍정 요소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