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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붙자?' 야구장 삼성-LG 미묘한 신경전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4-25 02:33 | 최종수정 2013-04-25 06:48


24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LG와 삼성의 경기 도중 LG전자 직원들이 화질로 한판 붙자는 구호가 담긴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잠실=최만식



프로 스포츠에서의 삼성과 LG는 미묘한 라이벌 관계다.

재계에서 공공연하게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업 감정이 프로무대에서는 대리전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최근에 2012∼2013시즌을 끝낸 프로농구의 경우 서울 삼성과 창원 LG가 대적할 때면 묘한 기류가 흐른다.

프로농구는 전통적인 정서상 구단끼리 겉으로 대놓고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다. 하지만 맞대결 경기에 인센티브를 건다거나 모기업과 구단 고위층이 "삼성(LG)한테 만큼은 절대 지지말라"고 독려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시즌 초반부터 삼성과 LG의 보이지 않는 경쟁심이 후끈 달아올랐다.

미묘하게 뜨거웠던 삼성-LG의 신경전은 24일 잠실구장에서 감지됐다. 전날 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됐기 때문에 이날 경기가 삼성과 LG의 올시즌 첫 만남이었다.

홈팀인 LG가 홈구장의 이점을 충분히 살려 은근슬쩍 삼성을 자극하는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 시작 2시간 전 우중간 외야석이 분주했을 때부터가 신호탄이었다. 평소 주중 경기 같으면 관중이 찾아오지도 않는 시간인데도 외야 3개 블럭의 좌석은 단체응원석을 알리는 표식이 붙었다.


그리고는 LG전자 직원들이 초대형 천조각을 펼쳤다 접으며 공간을 측정하고 있었다. 축구 A매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태극기 펼치기 응원'같은 것을 준비하는 듯했다.

그 플래카드의 정체는 경기가 시작되자 드러났다. LG와 삼성의 공수 전환이 있을 때 여러차례에 걸쳐 관중석 뒤쪽 난간에 숨겨져 있던 대형 플래카드가 펼쳐졌다. 이 플래카드는 단체응원에 나선 LG전자 소속 임직원 1000여명이 연출한 것이었다.

'화질로 한판 붙자! LG 시네마 3D, G pro'라고 커다랗게 적힌 문구가 확연하게 눈에 띄었다. 플래카드가 펼쳐진 위치부터가 절묘했다.

포수 뒤쪽 테이블석에서부터 3루 끝쪽 내야석까지 삼성을 응원하는 관중의 시야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응원 문구도 삼성 입장에서는 다소 도발적이었다.

'시네마 3D'는 LG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고화질 TV 브랜드였고, 'G 프로'는 LG의 옵티머스 스마트폰의 최신 버전을 뜻한다. TV와 스마트폰 화질에서 자신있으니 한판 붙어보자고 삼성전자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올해초부터 울트라 HDTV 화질을 놓고 '세계 최고'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서로 글로벌 인증기관에서 세계 최초로 성능 인증을 받았다며 홍보에 열을 올려왔다.

LG전자는 지난달 4일 유럽 인증기관인 'TUV라인란드'로부터 세계 최초로 자사 84인치 울트라 HDTV에 대해 화질 성능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삼성전자도 같은 기관으로부터 같은 인증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1일 미국 인증기관인 'UL'로부터 세계 최초로 85인치 UHDTV의 성능을 검증받았다고 밝혔다. LG전자도 이에 질세라 같은달 27일 84인치 울트라 HDTV가 'UL'로부터 '친환경 성능 인증'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삼성디스플레이(SD)와 LG디스플레이(LGD)는 지난해 7월부터 OLED 기술을 서로 빼돌렸다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G는 삼성과의 경기가 있을 때 '3D로 한판붙자'는 구호를 앞세웠다가 올들어 화질 경쟁이 가열되면서 '화질로 한판붙자'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프로 스포츠에서 지역, 모기업, 팀간 라이벌 경쟁 구도는 보는 흥미를 배가시키는 양념이 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LG의 이날 응원전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경쟁의식이었다.

그렇다면 삼성은 돌아오는 대구 LG전에서 복수 응원전으로 대응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같다.

"LG가 최근 2∼3년새 전자업계 라이벌을 의식한 응원을 자주 해왔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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