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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프로야구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4일 휴식제'였다.
그동안 월요일 하루만 제외하고 매일 경기를 치렀던 시스템에 익숙해진 선수들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할지 관심사가 됐다.
선발 로테이션 운영이 들쭉날쭉하게 될 수밖에 없고, 타자들도 경기감각을 유지하는데 애를 먹을 것이라는 부정론이 대세였다.
그런 가운데 긍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다. 연패에 빠지는 팀 분위기가 잠깐 처졌을 때 '일단 소나기를 피해가라'고 한 타이밍 쉬어가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4일 휴식에도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살짝 나타났다.
이른바 상위권에 분류되는 강팀은 휴식에 따른 효과를 어느 정도 누린 반면 중하위팀들은 딱히 재미를 보지 못했다.
우선 첫 번째 4일 휴식을 가진 삼성은 보약을 제대로 먹었다.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2연패를 당하며 디펜딩챔피언의 체면을 구기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쉬고 돌아온 뒤 5연승을 달리며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5연승 상대가 NC, 한화여서 대진운도 좋았다.
삼성과 함께 상위권을 형성하는 KIA도 휴식 효과를 제대로 봤다. 시즌 초반 5연승을 포함해 6승1패로 승승장구하던 KIA는 9∼11일 두산전을 맞아 1승2패로 올시즌 첫 고전을 면치못하다가 4일 휴식을 얻었다. 이후 16일부터 시작된 LG전에서 초반 2연승을 달리며 시즌 초반 절대강자의 모습을 되찾았다.
KIA 역시 휴식 후 대진운이 좋은 편이었다. 4일 휴식 뒤 만난 LG는 올시즌 대표적인 양대 약체인 NC, 한화와 대대적인 세대교체로 초반 페이스가 안정되지 않은 SK를 상대로 승수를 쌓았던 팀이었다.
그런 LG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만들어내며 4일 휴식 이전 잠깐 주춤했던 팀 분위기를 되살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시즌 초반 새로운 강자로 군림한 두산도 마찬가지로 4일 휴식을 끝낸 지난 19일 운좋게 한화를 만나 15대1로 올시즌 최다 점수차 승리를 거뒀다.
반면 올시즌 현재 중하위 전력을 보이고 있는 롯데와 SK는 4일 휴식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롯데는 시즌 초반 NC와 한화를 상대로 5연승을 챙기면서 초반 강세를 보였다. 이후 KIA를 만나 첫 연패를 당한 뒤 천금같은 4일 휴식을 거쳤지만 이후에도 6경기 연속 무승(1무5패)으로 별로 이득을 본 게 없다.
공교롭게도 롯데에게도 대진운이 작용했다. 하필 4일 휴식 뒤 12일부터 만난 상대가 올시즌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두산이었다. 대진운이 좋았던 삼성, KIA와 크게 대조되는 대목이었다.
SK는 롯데와 반대의 행보였다. 초반 3연패로 고전하다가 강적 두산을 상대로 2연승을 챙긴 뒤 4일 휴식을 맞은 SK는 이후 넥센을 만나 2승1패를 하며 회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신생팀 NC의 첫 승 희생양이 된 것도 모자라 첫 연승까지 허용하며 적잖이 체면을 구겼다.
결국 현재까지의 4일 휴식 효과를 중간 결산하자면 초반 야구판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중시켰을 뿐이다.
4일 휴식을 경험한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생소하다", "적응이 잘 안되더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에게는 특별한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일 휴식이라도 쉬는 시간이 늘어난 게 아니라 자체 청백전이나 예정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느라 사실 쉬는 게 아니었다"는 코치, 선수들의 전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경기감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휴식 이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는 '불상사'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각 팀들의 객관적인 전력과 대진일정에 따라 그 효과가 약간 달라졌을 뿐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