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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두들긴 '불혹' 송지만 "은퇴해도 여한 없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4-18 09:01 | 최종수정 2013-04-19 09:17


넥센 송지만이 배트를 옷안에 감싼 채 경기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넥센 송지만(40)은 차돌 같았다. 1996년 한화로 프로무대에 들어온 후 2003시즌(74경기)을 빼곤 2011년까지 줄곧 매년 100경기 이상 출전했다. 발목이 부러져도 참고 경기에 나갔다. 그러다 지난 시즌초 공에 맞아 다리에 금이 갔고, 또 서둘러 복귀했다가 또 다쳐서 14경기 밖에 못 나갔다. 프로 18년차 송지만에게 2012시즌은 야구가 아니라 인생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는 그동안 야구에 미쳐 있었다. 매순간 아등바등했다. 야구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줄곧 따라다녔다. 누구보다 기록 욕심을 많이 냈다. 그러면서 주변을 잘 못 봤다. 송지만은 "지난해 많이 배웠다. 베테랑으로서 보여주어야 한다고 발버둥쳤는데 내 맘대로 안 됐다. 이제 내 기록 보다 주변을 돌아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1973년생인 송지만의 올해 나이 40세. 불혹이다. 현재 국내야구에서 현역으로 송지만 보다 나이상으로 위에는 최연장자 KIA 투수 최향남(43) LG 타자 최동수(42)SK 포수 박경완(41) 정도가 있다.

송지만에게 나이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1초의 기다림도 없이 줄줄 대답했다. 마치 의레 베테랑들과의 인터뷰에서 나이 질문이 나올 것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의 답이 걸작이다. "나이는 인생이다. 누구나 먹는다. 가는 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 만큼의 연륜과 경험은 소중하다. 그런 장점을 최대한 후배들에게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잘 전수해주고 싶다. 앞으로 지도자를 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

그는 이번 시즌을 퓨처스리그(2군)에서 시작했다. 최근 염경엽 넥센 감독이 2군 성적이 좋은 그를 1군으로 불러 올렸다.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타 또는 대수비 요원이었다. 그런데 송지만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국내 최고 마무리 투수 오승환(삼성)에게서 솔로 홈런을 빼앗았다. 지난 14일 목동 삼성전이었다. 오승환의 피홈런은 1년에 많으면 7개(2009년), 적을 때는 1개였다. 올해 첫 오승환의 피홈런 상대가 송지만이 됐다.

송지만도 전성기 때는 열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슬러거였다. 신체조건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키 1m78에 체중 85㎏이다.하지만 펀치력 하나 만큼은 좋았다. 오승환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서 목동구장 우측 담장을 넘겼다.

송지만은 프로에서 총 310홈런을 쳤다. 한화 시절이었던 2002년엔 개인 최다 기록인 38홈런(4위)을 친 적도 있다. 그는 "오승환에게 친 홈런이라고 해서 큰 의미는 없다. 첫 홈런이었다. 그냥 만난 김에 공을 좀 봐야겠구나 싶었다"면서 "승환이가 선배한테 그냥 한개 준 거라고 본다. 이제 지금 은퇴해도 여한이 없다"고 했다.

송지만은 16일 부산 롯데전에서도 대타로 들어가 2타점 적시타를 쳤다. 그는 1군에 올라오자마자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요즘 송지만은 후배들로부터 "선배님은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염경엽 감독은 송지만이 팀의 베테랑으로서 덕아웃 등에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야구에만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았던 송지만이 주변을 돌아보면서 생긴 긍정적인 변화의 모습이라고 한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아직 몸이 날렵하다. 군살이 없다. 야구는 아랫배가 나와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운동 중 하나다. 하지만 송지만은 운동이 몸에 뱄다. 그는 "지난해 내 사진을 보고 환자 같아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는 작년 보다 4~5㎏을 의도적으로 불렸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 때문에 긴 시간을 인터뷰에 할애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올해도 10홈런은 가능한 건가." 송지만은 "한번에는 못 넘길 거 같다. 두 번 치면 넘어간다"며 웃었다. 돌아온 송지만의 얼굴에서 생기가 넘쳐 흘렀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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