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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같은 불펜 난조, 'WBC 후유증'과 상관관계?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4-18 00:55 | 최종수정 2013-04-18 06:19


3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롯데와 NC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등판한 롯데 정대현이 NC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창원=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03.

5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 구장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R 대만과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5회초 노경은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박희수가 대만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3.03.05.

"불펜이 안정된 팀이 별로 없는 것 같아."

17일 광주구장에서 취재진과 대화 도중 꺼낸 KIA 선동열 감독의 한마디. 결론은 너털웃음과 함께 "어찌됐건 우리 팀이 제일 불안하다"는 자학적(?) 결론에 도달한다. 그저 농담으로만 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불펜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심각한 조짐이다. 9개 구단 공통된 고민이다. 시즌 전 비교적 안정된 불펜으로 평가받던 삼성, 롯데, 두산 도 마찬가지. 사령탑들은 경기 끝까지 두 다리를 펼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기 후반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다.

유행 같은 뒷문 불안. WBC와의 관련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아픈 기억을 남겼던 제3회 WBC 대회. 프로야구 시즌 초반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치고 있다. 대회에 참가했던 대표팀 선수들의 시즌 초반 페이스가 오락가락하다. 타자보다 민감한 투수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도드라진다.

17일은 블론세이브의 날이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삼성 마무리 오승환과 롯데 마무리 정대현이 약속이나 한듯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오승환은 대구에서 열린 SK에서 5-4로 앞선 8회초 2사 3루에 등판했다가 대타 박진만에게 동점타를 맞았다. 그나마 8회말 삼성 타선의 대폭발로 팀은 이겼다. 같은날 롯데 정대현은 뼈아팠다. 사직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2-0으로 앞선 9회 등판해 동점을 허용했다. 6타자를 상대로 무려 5피안타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10회 연장 끝에 팀도 패해 아픔이 두배. 정대현은 극심한 WBC 후유증을 겪고 있다. 6경기 평균자책점 4.76. 세이브 성공 없이 블론세이브만 2개다. '수호신' 오승환도 산뜻한 모습은 아니다. 4경기에서 1승1세이브, 1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은 2.25다. 14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비록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어 몸풀기 차원의 등판이긴 했지만 송지만에게 솔로 홈런도 허용했다.

LG 필승조 유원상도 썩 좋지 않다. 개막 이후 6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했지만 16일 광주 KIA전 승부처에서 무너졌다. 이범호 나지완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내려갔다. 위력적이던 지난해 구위는 아니다.

SK 마무리 박희수는 WBC 이후 팔꿈치 인대 통증을 호소해 전열에서 이탈했다. 2군 등판을 준비하며 복귀 수순을 밟는 중이다. 선발 요원 중에도 윤석민(KIA), 윤희상(SK)이 어깨 통증으로 합류가 늦어졌다. WBC에 출전한 불펜 요원 중 완전한 컨디션을 보이는 선수는 9세이브를 기록중인 손승락(넥센) 정도 뿐이다.

WBC 출전이 정규시즌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게 두가지. 우선 페이스 조절의 어려움이다. 대회에 맞춰 빨리 끌어올리기 때문에 예년과 달리 정규 시즌에서 리듬이 흔들릴 수 있다. 심리적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훈련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다른 선수들이 소속팀 캠프지에서 훈련하는 동안 대표팀 선수들은 실전 위주의 경기를 치러야 한다. 흔히 올 수 있는 하강 사이클에 '혹시 훈련이 모자라서?'라는 과민반응을 보일 수 있다. 심리적 안정이 중요한 야구. 악순환의 시작이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야수보다 예민한 투수에게 더 크게 미칠 공산이 크다. WBC에 출전했던 한 대표팀 출신 선수는 "이번 대표팀은 훈련을 많이 한 편이긴 했다. 하지만 소속팀 캠프지에서 하는 훈련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부족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불안감이 없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대표팀 차출에 대한 구단과 선수들의 부담감이 커질 수 있는 상황. 병역 혜택 등 대가가 없는 한 애국심에만 호소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과 적절한 보상 체계에 대한 연구가 일찌감치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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