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이 추락할 것만 같았던 한화는 '막내' NC를 상대로 연패에서 벗어나며 일단 분위기를 바꾸는데는 성공했다. NC와의 3연전중 17일 두 번째 경기에서는 선발 요원인 김혁민과 유창식을 중간계투로 기용하는 등 한국시리즈 7차전을 방불케하는 마운드 총력전으로 한 점차의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최근 한화의 변칙적인 마운드 운용에 대해서는 '투수를 혹사시킬 수 있다. 장기레이스에서 독이 될 것이다'는 비판과 '분위기 반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한시적 조치일 뿐이다'라고 옹호하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화로서는 승리가 필요했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후자가 조금더 설득력을 얻는다. 사실 한화 투수진은 시즌초 형식상 선발-불펜으로 보직이 나눠져 있을 뿐이지,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하는 투수는 바티스트와 송창식 둘 뿐이다. 김응용 감독의 선택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물론 한화는 지금과 같은 방식을 장기간 유지할 이유도 없고 여력도 없다.
2009년에는 넥센이 9연패에 빠진 적이 있다. 그해 5월6~17일까지 9연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넥센은 이후 6월27일까지 34경기에서 23승11패의 호조를 보이며 4위까지 점프했다. 이 기간 팀평균자책점은 4.36으로 8개팀중 3위였다. 선발 이현승과 장원삼, 불펜의 신철인 송신영 이보근이 마운드 안정의 주역이었다. 후반기 들어 기세를 이어가지 못해 비록 4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9연패후 잡은 상승세를 한 달 넘게 이어갔다.
2010년에는 KIA가 팀역대 최다인 16연패를 당했다. 6월18일부터 7월8일까지 16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3위에서 6위로 추락한 KIA는 이후 8월17일까지 26경기에서 15승11패의 호조로 5위로 올라섰다. 이 기간 팀평균자책점이 3.64로 8개팀중 2위였다. 에이스로 떠오른 양현종이 선발로 4승을 추가했고 서재응과 콜론이 각각 3승을 따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선발요원이던 윤석민이 8월초 부상에서 돌아와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투수진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해 KIA는 페넌트레이스 5위로 마감했으나, 8월말까지는 4강 가능성이 꽤나 높았다.
한화가 이같은 사례들보다 그나마 나은 것은 '매을 일찍 맞았다'는 것이다. 전력은 차치하고 시간적인 측면에서는 희망을 품어볼 만하다. 관건은 마운드 안정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