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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KIA 이용규, '용규 놀이'를 되찾아라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4-17 13:31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1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렸다. KIA 이용규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4.11/

KIA 공격의 트레이드 마크, '용규 놀이'가 보이지 않는다.

현명한 사람에게는 잘 나갈 때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지혜가 있다. 개인 뿐만 아니라 단체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영광 속에서 문제점들을 냉철히 파악하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시즌 초반, 단독 1위로 순항 중인 KIA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냉철함이다. 지금 비록 팀이 선전하고 있지만, KIA에는 잠재된 불안요소들이 꽤 있다.

'에이스' 윤석민이 아직 팀에 복귀하지 못했고, 선발 요원 중 한 명인 김진우도 어깨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 필승 불펜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지훈 또한 밸런스를 잃어 1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리드 오프 이용규의 부진도 KIA의 잠재적 불안요소 중 하나다. 해결 능력이 뛰어난 중심타선의 힘에 가려져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현재 이용규는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16일까지 11경기를 치른 이용규의 시즌 타율은 2할2푼2리에 출루율은 3할4푼이다. 팀 내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7명의 타자 가운데 타율은 5위이고, 출루율은 공동 6위에 머무르고 있다. 9개 구단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이용규의 현재 페이스가 꽤 좋지 않다는 것이 한 눈에 드러난다. 4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중 이용규의 타율은 45위에 출루율은 41위다. 단독 1위팀의 주전 리드오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난해까지의 이용규는 정교한 배트 콘트롤과 선구안을 앞세워 타율과 출루율에서 리그를 선도하던 타자였다. 풀타임 주전이 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8시즌 중에 2009년을 제외한 7시즌에서 늘 1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통산타율도 2할9푼4리나 된다. 분명 올 시즌 초반에 나타나고 있는 이용규의 모습은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용규에게는 현재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관대한 시각에서 보자면 이제 겨우 50타석 정도 밖에 소화하지 않은 시즌 초반에 겪는 일시적 부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이용규가 전에 비해 타석에서 조급해졌다는 점은 지적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이용규의 장점이자 트레이드 마크였던 '용규놀이'가 사라졌다.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용규 놀이'가 실종됐다는 것은 타석당 투구수(NP/PA)라는 스탯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이 스탯은 타자가 한 타석에서 평균적으로 몇 개의 투구를 상대했는 지 설명한다. 그런데 시즌 초반 이용규의 타석당 투구수는 3.8개다. 즉, 이용규가 올해 타석에 나오면 보통 4구 이내에 투수와 승부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용규 놀이'가 나오기 힘들다.


이 '3.8'이라는 수치는 이용규 개인은 물론, 리그 평균적으로 봐서도 매우 낮은 수치다. 역시 40타석을 기준으로 했을 때 리그 전체에서 31위에 해당한다. 현재 타석당 투구수 리그 1위는 4.7을 기록 중인 한화 이대수다. 이대수가 이용규보다 평균적으로 1개 정도 공을 더 본다는 뜻이다.

이용규는 한창 '용규놀이'로 주가를 높였던 2011시즌에 타석당 투구수 4.3개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4.1개로 전체 4위였다. 타자의 이닝당 투구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타석에서 투수와 길게 승부를 한다는 뜻이다. 이는 특히나 공격의 선봉 역할을 해야하는 리드오프 타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투수로 하여금 가능한 많은 공을 던지게 하면서 체력을 떨어트리거나 후속 타자들에게 투수에 대한 정보를 간접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긴 승부를 통해 투수의 실투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이용규가 '용규 놀이'로 각광을 받았던 것도 이러한 긴 승부를 통해 리드 오프 타자 본연의 임무를 훌륭히 소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초반의 이용규에게는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타격감이나 선구안의 저하 등이 원인일 수 있는데, 가능한 빨리 이런 좋지 않은 흐름에서 탈피해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결국 공격의 물꼬를 여는 것은 리드 오프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사라진 '용규 놀이'가 다시 등장해야 하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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