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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진 대전구장. 연패에 빠진 한화에 독이 되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응용 감독은 구단에 펜스를 뒤로 밀어줄 것을 요청했다. 워낙 작은 구장 규모 탓에 홈런이 되지 않을 타구들이 홈런으로 연결돼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갈 수밖에 없는 한화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타력이 약하기 때문에 마운드 싸움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었다. 김응용 감독은 "팀 평균 자책점이 3점대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구장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존 좌우 97m, 중앙 114m의 미니구장이 좌우 100m, 중앙 122m의 대형구장으로 변신했다. 거리만 늘어난게 아니다. 펜스 높이까지 올라갔다. 2.5m에서 중앙은 4.5m, 좌우는 3.2m가 됐다.
12일 한화와의 첫 경기를 치르기 위해 대전구장에 온 LG 선수들은 "경기장이 정말 넓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구장 확장 효과를 한화가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구장에서 치른 홈경기가 8경기인데, 단 1개의 홈런도 없다. 지난해였다면 연패를 끊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13일 LG와의 경기가 대표적인 예다. 최진행의 잘맞은 타구 2개가 모두 펜스 앞에서 잡혔다. 1-4로 뒤지던 5회 2사 만루 찬스에서 김태균이 친 좌익수 플라이 타구도 지난해였다면 홈런이 됐을 타구였다. 만루포가 터졌다고 가정해보자. 경기가 5-4로 뒤집어지고 한화가 확실히 경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상대팀은 넓어진 구장 규모에 상관없이 홈런포를 쏟아내고 있다. LG와의 3연전에서 오지환이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냈고, 이진영도 14일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공격 뿐 아니다. 수비에서도 손해다. 한화의 외야 라인업은 9개 구단을 통틀어 수비력에 있어 가장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평범한 타구도 쉽게 잡아내지 못하는 가운데 구장까지 넓어졌으니 어려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LG 중견수 박용택은 "규모가 큰 구장에서의 외야 수비는 일반팬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훨씬 어려워진다. 부담이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한화 타자들이 친 시원한 홈런포를 언제끔 볼 수 있을까. 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홈런이 나오면 한화의 시즌 첫 승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