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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연패 한화, 류현진이 있었다면...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4-15 06:51



13연패에 빠진 한화, 류현진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을까.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과 한화의 행보가 같은 날 극명하게 엇갈렸다.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화 유니폼을 입고 대전구장에서 힘차게 공을 던졌던 류현진.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그를 떠나보낸 한화지만 류현진이 가슴 시리도록 그리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2013년 4월 14일. 류현진이 애리조나전에서 칼같은 제구력과 3안타의 불망이까지 곁들여 승리를 거두며 미국 진출 후 2번째 승리를 거머쥔 날, 공교롭게도 한화는 개막 후 충격의 13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프로야구 역사상 개막 후 최다연패 신기록의 희생양이 된 치욕의 날이었다. 도무지 연패 탈출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경기 전, 한화 덕아웃은 침울했다. 이런 분위기가 경기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약속이나 한 듯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투수들은 마운드에 오르면 안타를 허용했고, 타자들은 찬스에서 무기력했다. 엄청난 부담감이 그들을 짓누르는 듯 보였다.

물론, 가정이다. 만약 류현진이 있었다면 한화가 이렇게 긴 연패에 빠졌을까. 아니라고 보는게 정답일 것이다. 류현진이 한국 무대에서 보여준 경기 지배력을 생각한다면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뒀을 수도 있고, 아니라 해도 일찌감치 시즌 첫승을 챙겼을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 공백의 심각성은 단순히 그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나오는 효과 때문만이 아니다. 야구에서 연패가 길어진다는 것은 기량 탓도 있겠지만 선수들이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움츠러드는 이유가 크다. 만약 류현진이 있었다면 한화 선수들은 '확실한 에이스가 등판하니 우리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라운드에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 하지만 확실한 에이스의 존재가 없기 때문에 '내일 또 지면 어떡하나', '우리가 분명 불리하겠지'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가는 경기, 쉽게 상대를 꺾을 수 없다.

코칭스태프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이라는 에이스가 있었다면 정상적인 로테이션으로 그가 등판하는 날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선발투수도 믿을 수 없다. 때문에 LG와의 3연전에서 모든 투수들을 총동원하는 한국시리즈 7차전같은 희귀한 야구를 보여줬다. 그나마 가장 믿을만한 선발투수인 김혁민은 12, 14일 두 번이나 선발로 등판해야 했다. 첫 승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고, 투수들만 엄청난 부담을 떠안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한화는 경기 전 전광판을 통해 류현진의 경기 영상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등 류현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구단 관계자들도 류현진의 경기 중계를 지켜보며 박수를 보냈다. 한화는 승승장구하는 류현진의 모습에 뿌듯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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