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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연패에 빠진 한화, 류현진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을까.
물론, 가정이다. 만약 류현진이 있었다면 한화가 이렇게 긴 연패에 빠졌을까. 아니라고 보는게 정답일 것이다. 류현진이 한국 무대에서 보여준 경기 지배력을 생각한다면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뒀을 수도 있고, 아니라 해도 일찌감치 시즌 첫승을 챙겼을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 공백의 심각성은 단순히 그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나오는 효과 때문만이 아니다. 야구에서 연패가 길어진다는 것은 기량 탓도 있겠지만 선수들이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움츠러드는 이유가 크다. 만약 류현진이 있었다면 한화 선수들은 '확실한 에이스가 등판하니 우리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라운드에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 하지만 확실한 에이스의 존재가 없기 때문에 '내일 또 지면 어떡하나', '우리가 분명 불리하겠지'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가는 경기, 쉽게 상대를 꺾을 수 없다.
한화는 경기 전 전광판을 통해 류현진의 경기 영상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등 류현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구단 관계자들도 류현진의 경기 중계를 지켜보며 박수를 보냈다. 한화는 승승장구하는 류현진의 모습에 뿌듯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