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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불안이 공존했던 게 사실이다. 뚜껑을 열어봤다. 확실히 불안함 쪽으로 더 많이 쏠려 있다.
문제는 경기내용이다.
두산으로서는 운이 좋았던 측면이 있다. 개막전 삼성과의 2연전에서 기분좋은 2연승. 하지만 삼성의 선발진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고, 두산의 타격이 폭발했다. 두 가지 부분이 겹쳐지면서 두산은 예상보다 쉽게 2승을 먼저 건졌다.
사실 3연전 첫 경기 5회 집중타를 터뜨리며 6득점을 올리며 비교적 쉽게 경기를 승리했을 때만 해도 두산의 약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1점 싸움'의 승부처가 생기자 두산의 필승계투조는 허약함을 드러냈다. 지난 4일 SK와의 마지막 3연전에서 그랬다. 2-1의 불안한 리드를 하던 7회 대거 3실점. 변진수와 윤명준이 흔들렸다. 7회말 1점을 추격했지만, 다시 8회초 3실점. 정재훈도 좋지 않았다.
5일 LG전에서도 4-5로 뒤지던 7회말 추가점을 내주며 흐름을 뺏겼다. 사실 삼성과의 개막 2연전에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고비마다 터진 타선때문에 불안감이 표출되지 않았다. SK와의 1차전도 마찬가지.
하지만 승부처를 넘기지 못한 채 3연패를 당했다. 삼성과의 경기에서 매우 좋은 흐름이었던 두산은 급격히 분위기가 역전됐다. 불같은 타선이 투수진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던 분위기에서 불안한 필승계투조로 인해 타선마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점은 급박한 위기의 순간, 믿을 수 있는 중간계투가 없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지난해 마무리 스캇 프록터를 내보냈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홍상삼과 변진수가 급성장을 하고 있었고, 두산은 선발투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외국인 투수의 활용이 마무리 투수에 국한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겨울 자율훈련에서 마무리 대안이었던 홍상삼이 부상을 입었고, 결국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 개막전에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하고 컨트롤을 잡기 위해 2군에 내려가 있는 상황. 그래도 변진수와 김강률, 그리고 올 시즌 오랜 부상에서 돌아온 이재우와 정재훈 등 다양한 카드가 있었다. 하지만 변진수는 컨디션 난조로 2군으로 내려갔고, 김강률은 아직까지 컨트롤 불안으로 승부처에서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정재훈 역시 구위가 저하되며 부진한 모습.
그러나 두산은 한숨을 돌렸다. 흐름이 나빴던 7일 우천취소가 됐다. 두산이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8일 LG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5대4로 승리했다. 그 과정에서 오현택은 1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7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위기를 헤쳐가는 능력은 강렬한 인상이었다. 또 이재우 역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지금의 두산 필승계투조로는 우승은 커녕, 4강도 힘들다. 그만큼 불안하다. 시즌 전 계산에서 벗어난 부분들이 많다. 변진수와 김강률은 승부처에서 활용하지 못했고, 정재훈과 시범경기 최고의 피칭을 보였던 윤명준도 믿을 수 없다.
두산은 필승계투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그래도 저력은 있다. 오현택이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재우 역시 구위를 되찾으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홍상삼이 복귀하고, 변진수가 컨디션을 회복했을 때 두산의 필승계투조는 완성될 수 있다. 그래야만 정확한 평가가 나올 것이다. 지금부터 두산의 새로운 숙제가 시작된 느낌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