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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신종길 5경기 12타점, '연습용'의 반란이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4-07 07:17 | 최종수정 2013-04-07 07:17


KIA 신종길은 연습용 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요즘 방망이가 가장 뜨거운 선수가 돼 버렸다. 가장 잘 맞고 이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3.20

연습할 때 기가막히게 잘 하는 선수가 있다. 지도자들은 홀딱 반한다. 그 선수에게 실전에 나갈 기회를 준다. 그런데 진짜 보여주어야 할 무대에선 돌변한다. 믿고 쓴 지도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된다. '왜 실전과 연습 사이에서 저렇게 차이가 날까.'

KIA 신종길(30)도 그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때는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었다. 2012시즌을 준비하면서도 그랬다. 선동열 KIA 감독과 이순철 KIA 수석코치의 눈에 띄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신종길은 만년 유망주였다. 지난해 그의 나이 29세. 유망주라는 얘기를 듣기에는 많은 나이였다. 2003년 처음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첫발을 디딘지 벌서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올해는 터진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수도 없이 많았지만 예상만 그랬다.

신종길은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췄다. 키 1m83에 체중 85㎏. 좌타자이며 발이 빠르다. 야구 명문 광주일고를 졸업했다.

신종길은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는 "항상 이번에는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쫓겼다"고 말했다. 그를 보는 사람마다 얘기했다. "연습 때 그렇게 잘 하는데 왜 실전에서 안 될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신종길은 이번 시즌에는 꼭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런데 실전에서 기회를 잡고 타석에 들어가면 맘대로 되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너무 경직돼 있었다. 모든게 연습 때 처럼 편안하지 않았다. 방망이가 연습할 때 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2013시즌은 다를까. 신종길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타격감이 좋았다. 시범경기 11경기에 출전, 타율 3할3푼3리, 1홈런, 6타점, 2도루로 최고였다. 선 감독은 올해 실전에선 어떨지 지켜보자고 했다. 정규시즌 시작할 때 신종길은 선발 라인업에 들지 못했다. 김주찬의 백업으로 시작했다. 김주찬이 손등 부상을 당하면서 신종길에게 2번 좌익수 주전 기회가 돌아갔다. 신종길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5경기에서 17타수 11안타, 타율 6할4푼7리. 1홈런, 1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타격 부문에서 타율, 타점, 출루율, 장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신종길은 차분했다. 잘 돼서 흥분할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내 맘속으로만 생각하겠다. 이제 몇 경기 했을 뿐이다. 또 언제 타격감이 내려갈 지 모른다."

신종길은 마음을 비운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단지 그걸 보여주겠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제 말로만 보여주겠다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 뒤에 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잘 안 되더라도 크게 실망할 것도 없다. 단지 이번 시즌이 끝날때까지 그동안 해왔던 것 처럼 머리 속에 있는 대로만 하려고 한다"고 했다. 신종길은 요즘 김용달 KIA 타격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타격에 대한 얘기 뿐 아니라 살아가는 얘기를 한다.

요즘 KIA 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 곳곳이 지뢰밭이다. 한마디로 드림 타선.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감을 준다. 김주찬이 빠진 공백을 신종길이 툭 튀어 나와 그 이상으로 잘 메워주면서 타선에 짜임새가 그대로 유지됐다. 김주찬이 손목이 낫고 돌아오면 신종길과 주전 경쟁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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