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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치어리더 해보지 않을래?"
그런데 김연정은 선수도 아닌데, 2년 연속 화제를 몰고 다녔다. 처음 프로야구 치어리딩을 시작한 한화를 떠나 롯데로 갈 때 한화팬들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고, 이번엔 롯데의 지역 라이벌인 NC로 갈아타면서 부산팬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그녀가 느낀 신생팀 NC, 그리고 '마산 아재'는?
"예전부터 워낙 얘길 많이 들었어요. '마산 아재' 하면 무작정 안 좋은 시각으로 보시잖아요. 그런데 직접 느껴보니 그렇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뒤에서 열심히 응원해주시던데요?"
이제 과거의 '마산 아재'들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아재들이 많아졌다. 처음이라 어색한데도, 조금씩 따라해 주는 이들이 보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 이 역시 신생팀이 아니면 느끼기 힘든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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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응원을 맡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좋은 점도 생겼다. 언제부터인가 치어리더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노출', NC에서는 다소 부담을 덜었다. 일명 '배꼽티'가 사라졌다.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한 사람의 여자'로서 과한 노출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NC 구단 측에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야구장의 모습은 '가족 단위로 놀러오는 테마파크'다. 응원단 역시 이런 분위기에 맞췄다. 일단 치어리더들의 의상부터 손봤다. 대행업체는 직접 응원복을 디자인하고 제작해 노출을 최소화했다. 그녀는 "여자는 배가 따뜻해야 한다고 하는데, 배를 안 드러낼 수 있어 얼마나 좋은 지 몰라요"라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또한 NC 치어팀은 유행가에 맞춘 공연을 줄이고, 선수 개인의 응원가나 단체 응원곡 율동에 집중하고 있다. 구단의 상징인 공룡을 소재로 '공룡 댄스'를 만들어 모두 함께 즐기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손동작이 포인트인 공룡댄스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NC는 개막전이었던 2일에 이어 3일에도 롯데에 패했다. 연패 얘기가 나오자 김연정은 "못 한 건 아니었잖아요. 이제 시작인 팀인데요. 결과는 아쉬웠지만 3일 경기도 막상막하였어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자기 일인양 흥분하는 모습, 치어리더가 단지 응원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녀 역시 엄연히 NC라는 팀의 '일원'이었다.
치어리더의 고된 하루, 뱃살 걱정에도 못 참는 야식의 유혹
그녀의 하루는 어떨까. 본격적으로 야구 시즌이 시작하면서 더 바빠졌다. 그녀는 고향인 부산에서 창원 마산구장까지 출퇴근한다. 대행업체 사무실도 부산에 있어 그곳에서 함께 모여 차로 한 시간 거리를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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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 도착해서는 간단한 짐 정리 후, 밥부터 먹는다. 쉬는 시간이 짧고 경기가 긴 야구의 특성상 든든히 먹어두지 않으면 고생할 수 있다. 메뉴는 주로 정식이다. 특히 밥이 많이 나오는 곳을 선호한다. 김연정은 "밥심으로 일해야지, 안 그럼 못 버텨요"라고 했다. 노출 때문에 뱃살이 걱정될 수 있지만, 하루를 위해 고민 없이 맛있게 밥을 해치운다.
야구장으로 돌아와서는 헤어와 메이크업을 손 보고, 응원복을 입은 뒤 부족한 연습을 더 한다. 10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안무를 맞춘다. 경기 시작 전까지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경기 때 제일 곤란한 건 역시 '취객'이다. 특히 야구 열기로 뜨거운 부산에서 곤란한 상황이 많았다. 치어리더 생활을 시작한 한화에선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느긋하게 경기를 바라보는 게 특징이었다. 취객도 적었다. 마산구장은 아직 '조용한 편'이라고.
김연정은 "부산은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가도 금세 차갑게 식는 스타일이에요. 아무래도 좀 거친 분들이 많아요. 그래도 모두 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라고 좋게 생각했죠"라고 했다.
경기가 끝나면 밤 10시가 넘는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훨씬 늦게 퇴근한다. 대기실에 모여 의상 등을 정리한 뒤 회의를 한다. 그날 부족했던 부분,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한참 얘기를 하고 퇴근하면 어느새 밤 12시다. 집에 들어가면 새벽 1시. 간단한 야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다음날 의상을 준비하면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킨다. 그녀는 "자려고 눕기 전에 야식의 유혹을 참아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돼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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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최근 크게 마음고생을 했다. 두 번이나 소속팀을 옮기면서 비난을 받은 것. 네티즌들 사이에서 '뜨니까 변한다'는 식의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미래'였다. 치어리더 세계 역시 선수들과 똑같다. 철저하게 프로 의식이 있다. 김연정은 자신을 처음 치어리더로 발굴해 준 대행업체로 돌아갔다. 지난해 롯데 시절을 제외하곤, 현재 회사에서 활동했다.
두 번의 이직, 상처도 많이 받았다. 7년차면 이 업계에서 '중고참'급이다. 오히려 그녀는 얌전히 한 직장을 고수한 편이다. 서울 지역의 업체들은 1년 단위로 계약하기에 많은 치어리더들이 매년 회사를 옮긴다.
김연정은 6명으로 구성된 NC 치어팀에서 경력상으로 서열 2위다. 바쁜 시간을 쪼개 후배들 양성에 힘을 쓰는 위치가 됐다. 자연히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할 때가 됐다.
지난해 롯데에서는 경기수에 따라 수당을 받았다. 수입이 고정적이지 못했다. 경기가 많은 프로야구 시즌에 비해, 겨울엔 농구와 배구 코트로 동분서주했다. 미래를 위해서도 고정적인 수입, 그리고 안정된 위치가 필요했다.
현재 회사는 처우나 복지가 좋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치어리딩, 이젠 열악했던 과거와 달리 비전이 있다고 믿는다. 게다가 고교 3학년이 되는 여동생으로부터 "언니, 나 학비 때문에 대학교 안 갈래"라는 말을 들었다. 최종적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였다. 또한 NC라는 신생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치어리더 3년차였던 20살 때 처음 만난 프로야구. 어느새 다섯번째 시즌이다. 그리고 이번엔 신생팀이다. 3년 동안 한화에서 치어리더가 무엇인지에 대해 배워고, 1년간 롯데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고 했다. 그녀는 이제 NC에서 '미래'를 꿈꾼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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