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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달라지고 있다. '뛰는 야구'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롯데는 3일까지 팀 도루 1위를 달리고 있다. 4경기서 11도루를 기록했다. 실패는 단 두 차례. 시도 자체부터 가장 많다. 결과도 좋다. 기동력을 앞세워 4연승을 내달렸다. 이대호(오릭스) 홍성흔(두산) 등 롯데를 대표하는 거포들이 사라진 타선, 해답은 '발야구'였다. 가장 많은 도루를 책임지던 김주찬마저 KIA로 이적했지만 오히려 빨라진 느낌이다.
김 감독은 "작년에 도루 10개를 한 선수에게 20개를 하라고 하는 건 아니다. 그건 감독이 잘못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난 그저 생각을 바꿀 것을 주문하고 있다. 뭐든지 해봐야 안다. 베이스를 들어갈 때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할 지, 벤트레그슬라이딩을 할 지도 뛰어 봐야 판단이 선다"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밝힌 철학은 변함이 없었다.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고, 선수들이 직접 몸으로 깨우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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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롯데엔 '뛰지 말라'는 사인은 있어도 '뛰어라'라는 사인은 없다.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맡겨놓은 상태다. 1번부터 9번타자까지 모두 알아서 뛰는 그린라이트다. 그 결과 전준우(4개) 황재균(2개)을 필두로 박기혁 박종윤 용덕한 손아섭 조성환(이상 1개)까지 고른 도루 분포도를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발야구를 통해 또다른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타자는 누상에 나갔을 때 뛰기 위해선 상대 투수의 투구폼을 유심히 볼 수밖에 없다. 빈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투구와 견제구, 혹은 구종에 따른 투구폼의 미세한 차이, 그리고 '쿠세(습관을 뜻하는 은어)'를 잡기 위해서다.
이는 곧바로 타석에서 효과를 발한다. 누상에서 수집한 상대투수의 데이터를 자연스레 쓰게 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발전이다. 어떤 공을 던지는 지까지 알게 되면 더 유리해지는 것 아닌가. 자꾸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투수 출신 감독 답게 뛰는 야구를 투수 분석에 접목시킨 것이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