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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시즌초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에 대해 KIA 선동열 감독은 날씨와 짧아진 훈련 기간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선 감독은 "예년보다 1주일 이상 일찍 시즌이 개막돼 아직은 날씨가 쌀쌀하다. 날이 좀 따뜻해지면 투수들이 컨디션이 올라갈 것"이라며 "전지훈련 기간이 줄어든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보통 1월 10일, 15일이면 따뜻한 곳에 가서 훈련을 시작했는데, 요즘은 1월20일이 넘어야 시작된다. 기간이 짧아도 타자는 컨디션을 금세 올릴 수 있지만, 투수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즌초 투수들이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같은 설명은 한화에도 해당되는 것일까. 한화는 3일 대전 KIA전까지 시즌 개막 4연패를 당했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포함하면 5연패중이다. 타선은 그런대로 제 몫을 하고 있으나, 마운드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날 현재 팀평균자책점이 8.05로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화 투수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구력 불안. 4경기서 내준 볼넷과 사구가 각각 30개, 7개다. 게임당 평균 9.25개의 4사구를 내준 꼴이다. 4사구가 많으면 실투가 많아지게 되고, 안타를 많이 맞으니 대량 실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서산 마무리 캠프를 마치면서 투수들에게 "1월 팀훈련이 시작될 때까지 투구수 100개를 던질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만들어오라"고 지시했다. 비활동기간 동안 개인훈련을 게을리하지 말고 어느 정도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전지훈련에 참가하라는 소리였다. 1월 팀훈련을 시작할 당시 김 감독은 "몇몇 선수는 시킨대로 한 것 같다"고 했었다. 여기에 한화는 일본 오키나와 전훈캠프에서 최근 몇 년간 가장 강도높은 훈련을 실시했다고 한다. 오전부터 야간까지 투수들에게도 혹독한 훈련이 매일 이어졌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한화 투수들의 제구력 불안을 훈련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김 감독은 최근 "이런 투수들 데리고 게임을 해야 하니 머리가 아프다. 올해 신인중에서도 크게 될 선수는 안보인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했다. 현재 한화의 1군 마운드 구성을 보면 외국인 투수 바티스타와 이브랜드를 제외한 토종 10명 가운데 개인통산 30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김광수 마일영 송창식 윤근영 김혁민 등 5명이다. 즉 나머지 5명은 경험면에서 아직은 제구력 불안을 드러낼 소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경험의 정도만 가지고 한화 투수들의 현실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제구력 불안은 단기간에 극복하기 힘든 문제다. 그렇다고 넋놓고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 한화로서는 시즌초 바닥까지 떨어진 투수들의 제구력 향상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책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