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K 조성우 "개막전 홈런 꿈만 꾸던 일이었는데..."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3-03-31 15:15 | 최종수정 2013-03-31 15:15


"정말 꿈만 꾸던 일이었는데…."

대타 준비 하라는 지시를 받고 덕아웃 뒤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며 몸을 풀다가 대타로 나가라는 말을 들었을 땐 너무 떨렸다고 했다. 덕아웃에서 타석까지 걸어가는 10여미터가 그렇게 길 수 없었다. 타석에 서니 투수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큰 응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딱 치는 순간 남들은 넘어갔다고 생각하고 미리부터 환호성을 질렀는데 정작 본인은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뛰었다. 데뷔 4년차에 첫 1군 데뷔무대를 가져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SK 조성우에겐 2013년 3월 30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조성우는 30일 LG와의 개막전서 히어로가 될 뻔했다. 2-2 동점이던 7회말 대타로 나서 좌월 투런포를 날렸다. 자신의 데뷔 첫 타석에서 첫 홈런을 날린 것. 그리고 그것이 결승 홈런이 될뻔했다. 아쉽게 역전패하며 조성우의 홈런이 빛 바랬지만 그의 홈런은 SK에 큰 희망이 됐다.

그러나 조성우는 불과 지난해만해도 이만수 감독의 머릿속에 없던 선수였다. 원주고-한민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0년 8라운드 57번으로 SK에 입단한 조성우는 3년간 한번도 1군에 올라온 적이 없었다. 이 감독이 2군 감독시절에도 그는 잘 못치는 타자였다. 이 감독은 "시즌 끝나고 잘릴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고 조성우 본인도 "너무 못해서 그럴 것 같았다"고 했다.

당연히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다. 힘이 빠지는 그를 잡아준 것은 코치들이었다. 조성우는 "코치님들이 계속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서 용기를 주셨다"며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2군 코칭스태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학교때 코치였던 진필중 코치도 조성우에게 조언을 해주며 용기를 북돋았다고.

지난해 시즌 후반기에 김용희 2군 감독으로부터 폼을 교정 받은 이후 급성장했다. 이후 타구에 힘이 실리며 좋은 타격이 됐고 마무리 훈련 때 이만수 감독의 눈에 띄었고 개막전 엔트리에도 들어갔다. 이 감독은 "조성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가 많다. 2군의 육성시스템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했다.

조성우는 "개막전에 경기에 출전한다는 것은 정말 꿈만 꾸던 일이었다"며 "예전엔 동기인 김재현이나 김사훈 등이 경기에 나가는 모습을 TV로 보면 부러웠는데 어제는 그 친구들이 부럽다고 했다"며 "어제처럼 대타로 나가더라도 1군에서 계속 뛰고 싶다"고 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SK 와이번스가 3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13프로야구 개막전을 펼쳤다.SK 7회말 1사 2루 조성우가 좌월 역전 투런홈런을 치고 관중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문학구장=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3.30/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