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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야구 수준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대회에 참가하는 국가들 모두 최강의 선수들을 모아 전력을 꾸리기 때문이다. 명예와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국가의 부름을 받고 대거 출전한다. 국가 대항전으로 열리는 야구 국제대회 가운데 권위와 규모 뿐만 아니라 경기력도 최고 수준이다. 제3회 WBC 1라운드 A,B조 경기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종료됐다. A조의 쿠바와 일본, B조의 대만과 데널란드가 각각 2라운드에 진출했다. C,D조 경기는 7일 푸에르토리코의 히람비손스타디움과 미국 애리조나주의 솔트리버필드에서 각각 시작됐다. C조의 경우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 D조는 미국과 캐나다의 강세가 예상된다.
기술적으로는 스몰볼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1라운드 2개조 12경기에서 터진 홈런은 모두 8개로 게임당 0.67개에 그쳤다. 지난 2009년 WBC에서는 38경기에서 85개의 홈런이 나와 게임당 2.18개를 기록했었다. 2006년 1회 대회에서는 게임당 홈런수가 1.79개였다. 한국은 대만전에서 강정호가 친 투런포가 유일한 홈런이었며, 일본은 3경기에서 단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다. 1라운드를 치른 시점이 3월초로 아직 타자들의 타격감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각 국가마다 거포층이 약해지고 있다는게 설득력있는 설명이다. 화끈한 공격야구를 지향하는 쿠바는 1라운드서 4홈런을 쳤지만, 약체 중국과의 경기서 친 2개를 빼면 사실 장타에 의한 득점은 많지 않았다. 홈런이 줄긴 했지만, 그렇다고 번트와 히트앤드런 등 다양한 작전이 나온 것도 아니다. 출루 자체가 적었고, 투수전 위주로 진행된 탓에 1라운드 전체 타율은 2할3푼에 머물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