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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추신수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양귀 헬멧'을 착용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17일 두번째 불펜피칭이 끝난 뒤 류현진은 종종걸음으로 '2번 필드'로 향했다. 그의 손에는 배트가, 머리에는 헬멧이 있었다. 완전히 어색한 장면이었다.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공에 번트를 대는 훈련을 했다. 평소보다 피칭머신이 앞에 있어 훈련은 쉽지 않아 보였다.
특히 류현진의 '양귀 헬멧'이 눈에 띄었다. 보통 오른손타자의 경우 왼쪽 귀를 보호하기 위해 왼쪽에 귀를 감싸는 부위가 있는 헬멧을 쓴다. 좌투우타인 류현진도 13일 첫 타격훈련 때 왼쪽 귀만 보호하는 우타자용 헬멧을 지급받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국내 선수들은 헬멧을 사용하는 데 있어 애를 먹는다. 특수제작한 헬멧을 써야만 한다. 단순히 머리가 커서가 아니라 두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첫 날 헬멧을 지급받고는 머리에 반쯤 걸치며 "이게 뭐냐"며 입이 삐죽 나왔던 그도 새로 공수된 양귀 헬멧은 잘 맞는 듯했다. 류현진은 전날 처음 번트훈련을 소화한 뒤 트위터에 헬멧을 쓰고 배트를 든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훈련에선 코치들에게 많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좀 더 앞에서 맞혀라"는 조언이었다. 최대한 앞에서 맞혀 3루 쪽으로 보내라는 지시였다. 또한 공의 로케이션에 따라 무릎을 내려 맞히라는 조언도 있었다.
류현진은 11개, 5개로 두번에 걸쳐 총 16차례 번트를 댔다. 모든 훈련을 마친 뒤 류현진은 "피칭머신이 상당히 앞에 있어 공이 빠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빨랐다. 같이 훈련한 동료들이 '그런 공은 월드시리즈 때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난 머리가 별로 안 큰데 헬멧이 다 안 맞는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래도 양귀 헬멧이 있어 일단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류현진은 "불편한 건 하나도 없다"며 곧바로 웃어보였다.
글렌데일(미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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