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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33)가 마침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유니폼을 입고 스프링캠프 첫 훈련을 소화했다.
마쓰자카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난해말 보스턴과의 6년 계약기간이 만료돼 FA가 된 마쓰자카는 세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클리블랜드였다. 추신수가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되지 않았다면 두 선수가 한솥밥을 먹는 장면이 연출됐을 것이다. 마쓰자카는 "인디언스에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전자의 입장으로 캠프에 왔을 뿐이다. 세 팀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아메리칸리그에서 뛰면서 보스턴에 복수할 기회를 가지고 싶어 클리블랜드를 선택했다. 다시는 보스턴이라는 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턴이 그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는 등 개인적으로 서운했던 일이 많았던 모양이다.
어쨌든 마쓰자카는 스프링캠프에서 4,5선발 자리를 놓고 잭 맥앨리스터, 카를로스 카라스코, 트레버 바우어 등 7~8명의 선발 후보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일본 세이부 시절 사와무라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국제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았던 마쓰자가가 어느 순간 잊혀진 존재가 돼 버렸으니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질 정도다.
마쓰자카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보스턴과 6년간 5200만달러의 장기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첫해 15승12패 평균자책점 4.40, 2008년 18승3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이후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지 못했다. 2011에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고 두 시즌 동안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2011~2012년, 두 시즌 동안 19경기에서 83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다. 지금은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체력이 부담될 나이가 됐다.
두 선수 모두 30대 초반을 넘기면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 프로야구 시절 많은 이닝을 던진데다 어깨와 팔꿈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포크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어쨌든 부상이 발목을 잡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마쓰자카가 노모처럼 다시 햇빛을 볼 날이 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예전처럼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로 던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강속구 투수였던 노모가 80마일대 직구와 포크볼, 커브를 섞어던지는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던 것처럼 마쓰자카도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주무기로 생존 방법을 강구할 지도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