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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은 4강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06년과 2009년 1,2회 대회에서 각각 4강, 준우승에 오른만큼 이번에도 최소한 준결승까지는 진출해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전력 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조건에서도 한국은 역대 WBC 중 가장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경쟁국들과 비교해 유리한 점을 찾기가 무척 어려운 형편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이동거리'는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팀은 오는 11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소집해 다음날 대만으로 떠난다. 현재 대표팀 28명 가운데 먼저 대만에 가있는 SK 박희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소속팀의 해외전지훈련지에서 서울로 이동해야 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훈련중인 SK의 대표팀 선수들은 다시 서울로 오려면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야 한다. 대표팀은 12일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대만 타이베이로 이동한다. 인천서 타이베이까지의 거리는 1480㎞다. 비행시간만 2시간40분이다. 타이베이에서 1라운드가 열리는 타이중까지는 189㎞로 대표팀은 2시간 정도 버스를 타야 한다. 여기까지는 합숙훈련을 위한 이동이기 때문에 대회 첫 경기인 3월 2일까지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1라운드를 통과하면 대표팀은 3월 6일 2라운드가 열리는 일본 도쿄까지 이동해야 한다. 타이중에서 타이베이로 이동한 뒤 도쿄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다. 도쿄까지의 거리는 2180㎞에 이른다.
1라운드 홈팀인 대만은 물론 후코오카-도쿄-샌프란시스코 등 2번에 걸쳐 9820㎞를 이동하는 일본에 체력이 클 밖에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을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머나먼 여행은 피곤함이 따르기 마련이다.
롤링스 공인구, 생소함
이번 대회에서도 미국 야구용품업체인 롤링스사의 제품을 공인구로 쓴다. 메이저리그에서 사용되고 있는 롤링스 제품은 국내 선수들이 쓰는 공인구보다 실밥 두께가 작고 표면이 미끄러워 적응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KBO는 이미 각 팀의 전지훈련지에 롤링스 공인구를 보내 대표팀 투수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1,2회 대회 때도 한국 투수들은 미끄러운 공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특히 공을 채야 하는 직구나 회전을 줘야하는 커브,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들이 불리할 수 있다. 이번 WBC에 처음 출전하는 투수는 삼성 차우찬, SK 윤희상 박희수, 두산 노경은, 롯데 송승준, LG 유원상, 넥센 손승락, 경찰청 장원준 등 13명중 8명이나 된다. 미국 야구 경험이 있는 송승준을 제외한 7명은 현재 전지훈련지에서 WBC 공인구로 연습을 하고 있다.
숙적 일본, 부담감
한국은 1,2대회와 달리 1라운드에서 일본과 만나지 않는다. 대만, 호주, 네덜란드와 B조에 편성돼 1라운드는 가볍게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승 라운드 진출을 위한 2라운드에서 일본을 만난다.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는 패자부활전 방식으로 치러진다.
A조 1위-B조 2위(1), B조 1위-A조 2위(2), 1경기 승자-2경기 승자(3), 1경기 패자-2경기 패자(4), 3경기 패자-4경기 승자(5), 3경기 승자-5경기 승자 등 총 6경기가 진행된다. 이 가운데 한국은 일본과 최대 2차례 만날 수 있다. 아무래도 1라운드를 1위로 통과한 뒤 2라운드에서 B조 2위가 예상되는 쿠바와 첫 경기를 치르고 일본과 두 번째 경기를 치러 이기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쿠바에 패하고 또다시 일본에 패할 경우 3라운드 진출은 좌절된다. 쿠바에 이기더라도 일본에 패할 경우 패자전(4경기) 승자가 유력한 쿠바와 다시 만나야 하는 부담이 있다.
결승 라운드에 진출하면 C,D조를 통과한 팀들과 준결승에서 맞붙기 때문에 일본과는 결승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한국은 1회 대회 준결승과 2회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결국 대회 방식이 일본을 넘지 않고는 목표하는 바를 달성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는 게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