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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밀물, 썰물 같다."
그럴 만했다. 이 리조트는 최근 한바탕 '물갈이'를 했다. 지난 6일 3주일간 1차 전지훈련을 했던 삼성 1군 선수단 50여명을 뜨겁게 배웅하고 돌아서기 무섭게 또다른 대군이 들이닥친 것이다.
장태수 감독을 비롯한 삼성 2군 선수단 23명이 1군 선수들이 사용했던 장소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2군 선수단은 오는 27일까지 훈련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2군 전지훈련을 실시했던 삼성은 올시즌에도 괌을 또 찾은 것이다. 대다수 다른 팀은 중국 등지에서 2군 전지훈련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삼성이 이처럼 2군에까지도 전지훈련에 정성을 들이는 이유가 있다. 미래를 책임져줄 '인큐베이팅'을 위해서다.
삼성이 올시즌 유독 강조하는 단어가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다. 좋은 자원을 가지고 좋은 성적을 낸다는 관습에서 벗어나 유망주를 키워 좋은 성적에 도전해 보자는 것이다.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쓸만한 젊은 유망주를 공급해 줄 '백업공장'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2군이다.
실력이 떨어져서, 1군 코칭스태프의 눈 밖에 나서 '물먹은' 것처럼 밀려나 있는 곳이 아니라 1군 자원을 미리 준비하는 양성소인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이번 2군 괌 훈련에서는 연습경기없이 오직 훈련 프로그램으로만 스케줄을 짰다고 한다. 그만큼 혹독한 양성과정을 통해 1군 못지 않은 백업자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올해를 시작하기 전 진작부터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나타냈다.
조범현 포수 인스트럭터, 카도쿠라 투수 인스트럭터를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들 두 인스트럭터에 주어진 임무는 젊은 유망주를 집중 육성하라는 것이다.
LG와의 3대3 트레이드와 2013시즌 연봉 재계약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냈던 '젊은 피 중심주의'를 본격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행보였다.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끌어낸 삼성이 '조범현-카도쿠라 인스트럭터 체제'를 구축한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명문 구단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실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1군 코칭스태프 외에 '육성'에 전념할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해 기초체력을 구축하고, 전력 누수 없이 경기력을 유지한다는 장기 플랜이다.
삼성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따뜻한 나라 괌에서 본격적으로 영글어가기 시작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