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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포수 경쟁, 누가 염경엽의 마음을 잡았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2-04 06:46 | 최종수정 2013-02-04 06:46


넥센 히어로즈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염경엽 감독이 차세대 주전포수로 지목한 박동원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전문가들은 보통 포수와 2루수, 유격수, 중견수로 이어지는 중심라인이 얼마나 견고한가를 강팀의 조건으로 든다. 클린업트리오의 집중력, 마운드의 높이도 중요하지만 수비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센터라인, 중심축이 튼튼해야 안정적인 전력을 끌고갈 수 있다. 이 센터라인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게 포수다. 노련하고 믿음직스러운 포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은 성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시즌 우승팀 삼성에는 진갑용이 버티고 있었고, SK에는 조인성과 정상호, 두산에는 양의지, 롯데에는 강민호가 있었다. 이들 모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할만한 안방마님들이다.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는 전반기를 3위로 마쳤는데, 후반기에 급격히 무너져 결국 6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전반기의 히어로즈는 기존의 강팀들을 위협하는 다크호스였지만, 후반기의 히어로즈는 창단 5년차의 평범한 팀이었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렸던 히어로즈는 왜 실패를 한 걸까.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과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 코칭스태프의 노련한 팀 운영이 아쉬웠다.

그런데 사석에서 만난 모 구단 단장은 히어로즈가 지난해 강팀으로 도약하지 못한 이유를 "우그러진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강팀이 되려면 모든 포지션에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주전 선수가 자리잡고 있어야 하는데, 히어로즈는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특정 포지션에 강점이 있으면 좋겠지만 더 중요한 게 고른 전력이다. 그가 지적한 히어로즈의 '우그러진 부분'은 포수였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서도 그렇고 상위권 팀과 비교해봐도 포수가 약해 강팀이라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포수 최경철(왼쪽)과 허도환이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스프링캠프에서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지난 시즌 히어로즈는 주로 허도환(29)과 최경철(33)이 번갈아 가며 포수 마스크를 썼다. 2011년 신고선수로 히어로즈에 합류한 허도환과 지난 시즌 초 SK에서 이적한 최경철에게 히어로즈는 기회의 팀이었다. 둘 모두 경기 출전 경험이 풍부하다고 볼 수 없었지만 히어로즈의 일원이 되어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도환은 지난해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투혼의 플레이로 히어로즈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강팀 히어로즈'를 만들기에는 강력한 그 무엇이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포수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역할은 투수 리드와 수비지휘. 눈에 금방 들어오지 않는 일들이다. 공격적인 면에서도 일정 수준의 역할이 필요하다. 허도환은 지난해 94경기에 나가 타율 1할9푼5리, 1홈런, 14타점, 최경철은 8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2푼3리, 7타점을 기록했다. 기록에서 나타나듯이 두 선수 모두 타격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허도환은 시즌 초중반 한때 2군까지 경험했다. 둘이 주로 나섰던 8번 타순에서 공격의 맥이 끊기곤 했다.

2004년 SK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최경철은 지난해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백업포수, 2군 멤버였다. 오랫동안 SK 안방을 지킨 박경완을 보면서 많은 것을 체득했다고 하지만 1군 경기 출전 경험이 적었다. 지난해까지 242경기 출전에 통산타율이 2할2리였다.

확실한 포수가 없다보니 염경엽 감독의 고민도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염 감독은 지난해 말 상무에서 전역한 박동원(23)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박동원을 지켜본 뒤 그를 '마무리 훈련에서 찾은 성과물'로 꼽았던 염 감독이다.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차려진 넥센 히어로즈 스프링캠프. 히어로즈 선수들이 훈련에 앞서 러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19순위로 히어로즈에 입단한 박동원은 2010년 7경기 출전, 2타수 무안타 1삼진이 1군 기록의 전부이다. 그런데 상무에서 두 시즌을 뛰면서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그는 퓨처스리그(2군) 75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6리, 9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장타력을 갖췄고 포수로서 센스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히어로즈 입단 때 1m79, 78㎏이었는데, 상무시절 체중을 10㎏ 이상 늘렸다고 한다. 단순히 체중을 불린 게 아니라 근육이 붙었다고 한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박동원이 하위타선의 약점을 커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1군 경험이 전무하다고볼 수 있는 박동원이 올시즌 단숨에 주전포수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염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훈련이 끝난 뒤 "2013년에는 박동원을 키워서 활용해보겠다"고 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박동원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지만 포수진 구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끝까지 경쟁을 하라는 의도다.

현재 분위기로는 박동원과 기존의 포수 허도환 최경철 중 한 사람이 주전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셋 모두 병역의무를 마쳤기에 야구에 전념할 수 있다.

박동원이 가세하면서 히어로즈의 안방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경쟁은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낸다. 히어로즈와 염 감독이 간절히 바라는 그것이다. "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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