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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목표는 정말 없어요. 세우고 싶지 않네요."
엄밀히 말하면 목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수치적인 목표'가 없다는 말이다.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이야기같지만, 안치홍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수치에 얽매이지 않은 채 보다 큰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는 게 안치홍의 말에 담긴 진짜 뜻이다.
2012시즌은 안치홍 개인뿐만 아니라 KIA에 있어서도 무척이나 큰 아쉬움이 드는 해였다. 우선 KIA는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막강 전력을 가졌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선수들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안치홍도 2011시즌에 비해 타율이 줄어들었고, 실책이 늘어났다. 특히 2년 연속 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 수상에 도전했으나 넥센의 서건창에게 밀려 수상을 실패하는 아픔도 맛봤다.
수비력은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이 잘 안되는 부분이다. 실책수가 집계되긴 하지만, 수비라는 것은 실책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 '최고 유격수'라고 불렸던 이종범도 수비실책은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안치홍이 말하는 "수치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겠다"는 말은 곧, 공격보다는 수비력에서 더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안치홍은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20홈런-20도루도 달성해보고 싶긴 하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타격보다 수비력이다. 그게 더 나아져야 나 뿐만 아니라 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2013시즌 '수비의 달인'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안치홍이 빈틈없는 2루수로 다시 진화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