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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을 머쓱하게 한 류택현의 자기관리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1-09 11:39


LG 류택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9.19.

LG가 실시한 체력테스트. 2명이 아슬아슬한 시간 차로 탈락했다. 팀 내 비중이 큰 선수들. 우규민은 올시즌 선발 후보다. 이동현은 불펜진의 핵이다.

아쉽지만 캠프 참가가 보류됐다. LG 김기태 감독도 안쓰러움과 함께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원칙은 원칙이다. 4km 20분 완주. 크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 그래서 딱히 할 말이 없다. 불만 제로 환경은 또 하나 있다. 최고참 류택현(42), 코치급 선배가 완주했다. 18분40초. 월등한 상위권 성적이었다. 같은 조에서 류택현보다 빨리 뛴 선수는 1등 현재윤(17분40초)을 비롯, 정재복(18분15초), 권용관(18분20초), 정성훈(18분33초) 뿐. 완주 후 땅에 쓰러져 헐떡거리는 후배들과 달리 숨소리조차 심하게 거칠지 않았다. 그 덕에 인터뷰도 쉬웠다.

"목표는 18분30초였다. 마지막에 스퍼트할 수 있었는데 (근육통이) 올라오려고 해서 관뒀다. 10초 일찍 들어오려다 10년 먼저가면 어쩌겠느냐." 불혹을 훌쩍 넘긴 현역 최고령 투수의 기염. 당초 김기태 감독은 합리적 예외를 인정했다. 기준은 74년생 이상, 즉 한국 나이 마흔 이상 선수들이었다. 10바퀴 중 3바퀴를 줄여줬다. 막내 동생 뻘 선수들과 경쟁하다 자칫 무리가 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 최동수와 이병규는 예외 규정에 맞춰 10바퀴 완주는 자제했다. 해당 선수 중 류택현만 10바퀴를 꽉 채웠다. 철저한 자기 관리의 증거.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류택현은 "오프 시즌 자율훈련 기간에도 평소 러닝을 꾸준히 한다"고 말했다. 롱런의 비결. 사실 꾸준한 러닝은 투수가 매일 먹어야 하는 밥과 같다. 메이저리그에 대한민국을 알린 박찬호의 허벅지가 왠만한 여자 허리보다 굵어진 이유는 꾸준한 러닝 등 끊임 없는 하체 단련 덕이었다.

예년에 비해 비교적 두툼해진 올시즌 LG 불펜. 그 안에서 류택현은 변함 없는 필승조다. 노장 예우 차원의 구색 맞추기가 아니다. 눈을 크게 떠봐도 아직 그만한 좌완 스페셜리스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 시즌 달았던 플레잉코치 타이틀을 떼고 선수에만 전념하기로 한 이유다. 투수 최고령 기록들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가고 있는 류택현. 현재 진행형인 그의 위대한 도전. 지금 이 체력이라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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