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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박찬호 "가장 까다로운 타자는 미국의 배리 본즈, 한국은 이승엽."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2-11-30 16:43 | 최종수정 2012-11-30 17:30


박찬호 30년 야구인생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타자는 배리 본즈였다.

박찬호는 30일 소공동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가진 은퇴 기자회견에서 가장 고마웠던 타자와 까다로웠던 타자를 꼽아달라는 말에 "도와준 타자는 너무나 많아서 꼽기가 힘들다"면서 "까다로운 타자는 배리 본즈다"라고 했다. 박찬호는 배리 본즈에게 메이저리그 첫 70홈런을 내줬던 기억이 있다.

"배리 본즈는 홈런타자이면서 선구안이 좋아 유인구에 속지 않았다. 홈런타자가 포볼을 많이 골라 나가면 투수는 두렵다"는 박찬호는 "한국에는 이승엽같은 타자가 그렇다"고 했다.

입단식을 가졌던 곳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한 박찬호는 은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충분히 목적을 이뤘다고 생각했고, 앞으로의 계획이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래 1년을 목표로 잡고 한화에 왔다"는 박찬호는 "막상 1년을 보내고 나니 아쉬움이 많았다. 많은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1년이란 시간은 적응하는데 바쁘고 여유가 없었다"며 은퇴를 두고 고민한 이유를 말했다.

주위의 만류도 고민이 길어진 이유. "시즌이 끝난 뒤 구단과 선수들이 모두 내년에도 같이 하자고 했고, 한용덕 감독님도 몇년 더 충분히 할 수 있으니 팬들을 생각하라고 메시지를 보내주셨다"고 했다.

야구를 좀 더 공부할 계획이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야구 행정이나 경영, 구단 운영 등 여러가지 매지니먼트와 미국과 한국 야구의 교류 역할, 유소년 야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12월에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이 머물 곳과 아이들의 학교를 구할 예정. LA 다저스시절 자신을 영입했던 피터 오말리 구단주가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교류를 할 예정이다.

자신을 많이 웃게 해준 안승민과 주장으로서 힘든 시즌을 치른 한상훈, 바로 윗집에 살며 함께 출퇴근을 했던 김태균과 자신과 배터리를 이룬 신경현 등 한화 동료들과의 추억을 말한 박찬호는 이날 통영에서 차를 몰고 기자회견장까지 온 장성호에게도 고마움을 나타냈다.

한국 프로야구 후배들에게 미래를 보라고 권유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노력도 많이하고 이겨야겠다는 투지도 매우 뛰어나다. 대표팀에 참가할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고 한 박찬호는 "하지만 너무 이겨야한다는 목적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것 같다. 너무 한 경기의 결과에 많이 집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나도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면서 오랫동안 수많은 실수를 통해 이 자리에 왔다"는 박찬호는 "목표를 길게 보고 항상 당당하게 실패와 실수를 견뎌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박찬호에게 야구는 '학교'라고 했다. "공부하는 시간보다 야구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책으로는 배우지 못한 여러 가르침을 야구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고, 야구를 통해 만난 사람들로 성숙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었다"고 했다.

박찬호는 "7년전 이 시간에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했었다. 당시 미국 날짜로는 29일이라 어제 결혼 기념으로 저녁식사를 했는데 메세지를 받고 답장을 보내느라 제대로 식사를 못했다"면서 "메세지가 축하한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 축하가 굉장히 고마웠다"고 했다. "아쉽다는 말보다 더 감격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열심히 했구나. 최선을 다했구나.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해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그런 것을 무릅쓰고 내 계획과 소망한 대로 했는데 잘했구나 싶었다"고 한 박찬호는 "나도 언젠가는 생을 마감하게 될텐데 그때도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며 새로운 출발을 약속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은퇴를 결정한 박찬호가 30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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