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은퇴식에 야구를 한 30년 동안 자신이 입었던 유니폼을 단상 앞에 전시를 했다.
박찬호는 유니폼 하나하나를 바라보면서 추억을 꺼냈다. 한양대 시절 LA 다저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한양대 김보연 감독이 손을 잡고 울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자신도 당시의 감정에 북받친 듯 울먹이며 말을 잇기도 했다.
공주 중동초등학교=자리 때문에 빠지긴 했지만 야구선수로서 유니폼을 입고 등교를 했는데 그때 으쓱했던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때 우승이란 감격을 처음 가졌다. 야구선수가 되기 부모님의 반대를 물리치고 우승을 보여드린게 기뻤다.
공주고등학교=성적을 내면서 처음으로 믹구을 경험했다. 국가대표로 발탁됐는데 우승이란 감격보다 부모님께 태극마크가 찍힌 유니폼을 보여드린 기억.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LA에 가서 좋은 성적을 낸게 자랑스럽다.
한양대학교=시골에서 살다가 서울에 와서 굉장히 외로움을 많이 탔었다. 밤마다 어두운 곳을 찾아가서 개인훈련을 했었다. 미국진출이란게 거대하고 두려웠었다. 미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던 한양대 덕분에 나머지 유니폼이 생길 수 있었다. 한양대 총장님께 감사드리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감독님께서 손을 잡고 우셨는데. 술에 취해 오셔서 우시더라. (이때부터 박찬호도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LA 다저스=다저스하면 파란색 유니폼이 생각난다. 생각나는 사람이 너무 많다. 흔쾌히 한국까지 와주신 오말리 구단주, 토미 라소다 감독님. 마이너리그에서 유일하게 저의 어깨에 손을 올려주신 버트 후튼 코치님 생각나고, 미국에서 잘 적응 잘하도록 뒷바라지를 해주고 에이전트를 잘해주셨던 스티브 김씨가 생각난다.
방콕 아시안게임=대표팀 유니폼이기 때문에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것은 영예다. 많은 분들에게 선택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고마운 의미.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감격은 아마 베이징 올림픽을 볼 때의 감격 이상이었다. 대표팀 유니폼이 소중하게 남을 것 같다. 태극마크가 있기 때문에 나에겐 굉장히 소중하다. 미국가서 고생하면 애국심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외국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조국을 생각한다는데 나도 그랬다.
올스타전=저 유니폼을 보면 홈런 맞았던 기억이 난다. 칼 립켄 주니어에게 홈런을 맞았는데. 불펜에서 준비를 하면서 어떻게 상대할까 생각을 하다가 그 선수가 그 경기에서 은퇴한다는 말을 듣고 삼진보다는 직구로 한가운데를 던져주겠다고 생각했다. 립켄 주니어가 안칠 수도 있고 내 마음을 알든 모르든 한가운데로 던졌는데 홈런을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조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텍사스=나에게 '먹튀'라는 값진(?) 별명을 줬다. 처음엔 분했다. 내 속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난 최선을 다하고 부족할 뿐인데 그게 죄처럼 여겨졌던게 분하고 아쉬웠다. 그러나 그 아픔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그것을 견디고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저와 저의 가족들, 형제들이 편리할 생활을 할 수 있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줬던 팀이기 때문에 고맙고, 야구를 새롭게 대할 수 있게 한 유니폼이다.
샌디에이고=앞으로 더 많은 인연을 가질 수 있는 팀인 것 같다. 2005년도에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되면서 그 해 텍사스와 합쳐서 12승을 해서 이후 커리어에 용기를 줬다. 오말리씨를 통해 선수는 아니지만 그 팀과 관계를 맺을 것 같다. 다양한 공부를 할 계획이 있다. LA 다저스 이후 다시 내셔널리그를 추억할 수 있는 팀이다.
WBC=이 대회를 통해서 제가 한국인이란 진한 감격과 국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방콕 아시안게임도 있었지만 WBC는 야구에서 성공한 한국선수들이 모여서 성숙한 야구를 함께 하고 한국야구를 제대로 선진야구에 알릴 수 있었던 계기였다. 너무나 값진 추억은 어느 다른 유니폼 못지 않았다.
필라델피아=(직접 다른 선수들의 사인이 있는 뒷면을 보여주며) 유니폼 뒷면에 사인이 있다. 전혀 기회가 없을 것 같았던 2007년 이후로 메이저리그에서 꿈을 꿨던 월드시리즈에 진출해서 입고 있던 유니폼에 함께 했던 선수들의 사인을 받았다. 내셔널리그 챔피언 반지와 함께 소중히 아끼고 싶은 유니폼이다.
뉴욕 양키스=메이저리그에서 상징적인 팀이다. 그해 훌륭한 선수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유니폼이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했던 요기 베라를 만날 때마다 굉장히 많은 질문을 한 기억이 난다.
피츠버그=애정과 고마움이 남아있는 유니폼이다. 나에게 다시 손을 내밀어준 팀이고 메이저리그 마지막 팀이다. 아시아 최다승인 124승을 할 수 있었고 미국 선수들에게서 애정과 배려를 가장 많이 받았던 유니폼. 마지막 추억을 되새기게 한 유니폼이다.
오릭스=일본야구에 관심이 많았는데 일본에서 뛸 수 있게 했다. 비록 성적은 초라하지만 나에 대한 배려와 미국에서의 많은 커리어에 대해 인정을 해준 팀이었다. 이승엽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 것이 좋았다.
한화=오늘 오렌지색 넥타이를 했다. 1년전 입단식에도 오렌지색 넥타이를 했었고. 남들이 내게 오렌지색이 가장 어울린다고 한다.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큰 기회를 줘서 소중하고 이 자리를 값지게, 감동있게 만들어준 추억에 남는 유니폼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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