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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복귀로 본 '두 얼굴'의 김기태 리더십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11-28 18:18



김기태 감독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강하게 키운다"는 말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었다.

단 한 차례의 등판으로 LG 팬들의 머릿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진 애증의 존재, 이형종(23)이 돌아온다. 물론 임의탈퇴 처분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일단 구리 훈련장의 재활조에 합류해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복귀를 위한 사전 작업이다. 하지만 아직 복귀 유무가 확정된 건 아니다. 훈련 도중 또다시 과거와 같은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더이상 공을 잡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이형종 언급 금기시한 김기태, '두 얼굴'의 카리스마

사실 이형종은 지난해 말부터 복귀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이형종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다. 제발로 나간 선수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기존 선수들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은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최연소 감독답게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낸다. 특히 경기 전이나 후, 그라운드 밖에서 따뜻하게 선수들을 감싼다. 선수들이 고압적인 감독을 선호하지 않는 현 세태에 가장 적합한 감독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감독이 허허실실 웃어주기만 하는 감독은 아니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할 줄 안다.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두 얼굴'을 가졌다. 특히 구단 내 규율을 어겼을 땐 강력한 제재를 내린다. 프로선수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자세를 중시한다.

이형종은 그런 면에서 김 감독의 그림 밖에 있는 선수였다. 그는 이형종이 "야구를 못 하겠다"고 선언할 때 2군 감독이었다. 직접 면담을 진행하면서 이형종에게 혀를 내두른 장본인이다.

이형종은 '문제아'였다. 2010년 스프링캠프 때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하자 박종훈 전 감독을 인터넷상에서 공개비난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은 이형종의 데뷔전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해 5월 16일 잠실 롯데전에서 꿈틀대는 150㎞짜리 강속구를 던지며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2경기만에 수술받은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2군에 내려갔고, 치료와 재활을 두고 구단과 이견을 보였다. 결국 "야구를 관두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LG는 심리치료에 특별휴가까지 줘 그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어린 선수의 치기 어린 행동이라 보고 어르고 달랬지만, 결국 구단은 포기를 선언하고 말았다. 계약금 4억3000만원을 받은 유망주는 2경기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6.52만을 기록하고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2010년 5월16일 잠실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이형종. 스포츠조선DB
김기태 감독, "이형종? 이번엔 강하게 키운다"

이형종은 지난주 구리 재활조에 합류했다. 아직 임의탈퇴 처분이 풀린 건 아니지만, 운동하는 태도를 지켜보고 최종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임의탈퇴 신분이기에 그라운드로 복귀하기 위해선 무조건 LG로 돌아와야만 한다. 본인 역시 절실함을 갖고 구단에 고개를 숙였다. 김기태 감독의 마음 역시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사실 김 감독은 이형종에 대한 언론보도가 너무 앞서나가는 게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사실 롯데전에서 한 번 보여준 게 전부 아닌가. 이러다 복귀 전부터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 지금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도 많다"고 밝혔다. 복귀 전부터 쏠린 관심으로 선수단에 위화감이 조성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도 이젠 선수 본인이 절실함을 갖고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가 구단과 상의 끝에 이형종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고 결정한 이유였다. '절실함'은 어려움이라곤 겪어보지 못한 어린 유망주에게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선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 마음대로 들어왔다 나갔다 해서 되겠나. 기회를 잡고 싶어도 도전조차 하지 못하는 선수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강한 어조는 계속 됐다. 그는 "아무리 150~160㎞를 던진다고 해도 소용없다. 프로는 프로다워야 한다. 신분은 구단에서 결정하겠지만, 복귀 후에도 신고선수처럼 피나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정말 신고선수가 될 지는 구단에서 정할 일이다. 6월부터 정식선수 전환이 가능하기에 신고선수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김 감독이 굳이 신고선수를 언급한 건 그만한 '각성'을 촉구했다고 볼 수 있다. 밑바닥부터 발버둥치며 피나는 노력을 하는 연습생들의 마음가짐을 본받으란 것이다.

김 감독은 이형종의 복귀 시점에 대해 "내년 여름 이후에 올라와주면 고맙겠지만, 무조건 기회를 준다는 말은 아니다. 2군에서 트레이닝 파트, 코칭스태프에게 합격점을 받아야만 한다. 1군 복귀는 그 이후"라고 선을 그었다. 내년 시즌 전력의 '상수'가 아니란 말이다.

이형종의 미래, 보장된 건 없다. 본인이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김 감독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이형종 만큼은 강하게 키울 겁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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