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FA 계약이 이번 주 월요일 홍성흔이 두산 베어스와 계약을 맺으면서 막을 내렸다. 2000년 시즌을 앞두고 시행된 국내 프로야구 FA 제도는 선수들에게 9시즌 동안 꾸준히 활동한 대가로 거액의 목돈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모든 FA 선수들이 목돈을 받아쥔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이른바 '먹튀'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큰 마음먹고 목돈을 푼 구단들의 뒤통수를 치기도 하는데, 메이저리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 텍사스 레인져스와 10년에 2억 5,200만불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2007년 뉴욕양키스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게 된다. 2007년 겨울 양키스와 또 다시 10년 계약(2억 7,500만불)을 맺은 로드리게스는 이듬해 54홈런 156타점을 기록하면서 아메리칸 리그 MVP를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 A-로드의 기량은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꾸준한 출전기회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양키스는 여전히 앞으로 5년 동안 A-로드에게 1억 1,400만불을 지불해야 한다.
2006시즌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활약하면서 자신의 시즌 최다인 46개의 홈런을 기록한 알폰소 소리아노는 2007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기간 8년, 1억 3,600만불의 대박급 계약을 맺는다. 리글리 필드에서 가공할만한 장타력을 선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소리아노는 컵스에서의 6시즌 동안 평균 27홈런, 79타점의 평범한(?) 성적을 거두는데 그치고 있다. 컵스 구단은 소리아노를 영입한 것에 대해 여전히 팬들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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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우려했던 대로(?) 박찬호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2002시즌을 앞두고 5년 계약, 6,500만불을 받고 텍사스 레인져스에 입단한 박찬호는 이적하기 직전 두 시즌 동안 33승 21패, 평균자책점 3.48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레인져스 선발진의 한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레인져스에서 박찬호는 속된 말로 '사기를 치고 말았다.' (Bleacherreport에 나타난 표현을 그대로 빌린다면)
레인져스에서 3시즌여 동안 22승 23패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한 박찬호는 결국 2005시즌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트레이드 된다.
4. 칼 파바노 (뉴욕 양키스)
플로리다 말린스 유니폼을 입던 시절, 2003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인상적인 호투, 그리고 이듬해 2004시즌에서는 정규시즌 18승을 거두면서 FA로 최대어로 급부상한 칼 파바노는 그를 절실히 원한 양키스와 계약기간 4년, 3,995만불에 입단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러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동안 칼 파바노는 종합병동 이었고, 4년 동안 고작 9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5. 케빈 밀우드 (텍사스 레인져스)
2005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평균자책점 2.86을 거두고도 지극히 승운이 따르지 않아 9승에 그친 케빈 밀우드를 두고 텍사스 레인져스에서는 그의 영입이 '신의 한수'가 될 것이라 기대하였다. 5년 계약기간에 6,000만불의 거액을 받고 레인져스 유니폼을 입은 밀우드가 2006시즌부터 2009시즌까지 거둔 성적은 45승 46패, 평균자책점 4.57. 몸값에 너무도 못미치는 성적이었다. 결국 계약기간 마지막 해 레인져스는 밀우드에 대한 미련을 버렸고, 볼티모어의 유망주들을 받고 그를 트레이드 시킨다. 트레이드된 첫 해 밀우드는 볼티모어에서 16패를 기록하며 2010시즌 리그 최다패 투수로 이름을 올린다.
6. 제이슨 슈미트 (LA 다저스)
같은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6시즌 동안 78승을 거두면서 에이스로 맹활약을 펼친 제이슨 슈미트를 영입한 LA 다저스는 강력한 에이스를 얻음과 동시에 지구 라이벌의 전력 약화효과까지 기대하였다. 그러나 3년 계약기간 동안 제이슨 슈미트는 정확히 10번 선발등판 하였다. 그리고 고작 3승을 얻는데 그쳤다. 4,700만불을 지불한 다저스는 제이슨 슈미트의 승리수당으로 무려 1,600만불을 지급한 셈이 되었다.
7. 게리 매튜스 주니어 (LA 에인절스)
2006시즌 텍사스 레인져스에서 타율 0.313, 19홈런 79타점의 자신의 커리어 최고 성적을 거두었고,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에 뽑히기도 했던 게리 매튜스 주니어에게 LA 에인절스는 5년 계약에 5,000만불이라는 거액을 안겨다 주었다. 계약 첫 해인 2007시즌 게리 매튜스 주니어는 18홈런, 72타점을 거두면서 나름대로 몸값을 한다. 하지만 그 이듬해부터 매튜스 주니어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결국 에인절스는 2009시즌 뉴욕 메츠에 그를 트레이드 시킨다.
8. 베리 지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올해 포스트시즌이 진행되기 직전만 해도 베리 지토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계륵 같은 존재였다. 2006년 12월 7년에 1억 2,600만불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고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지토는 사이영상 수상자라는 명함이 무색하게 형편없는 피칭을 선보였다. 2007년부터 지난 해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는 줄곧 승보다 패가 더 많은 비효율적인 투수가 되었다.
그러나 2012시즌 그는 15승 8패로 자이언츠 입단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였다. 1승 3패로 패색이 짙었던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5차전에 선발 등판한 지토는 세인트루이스 강타선을 완벽히 틀어 막으면서 시리즈 스윕의 발판을 놓았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는 디트로이트의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와 맞붙어 압도적인 완승을 거두면서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공헌하였다. 85~88마일 안팎의 직구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는 지토의 템포피칭은 올 시즌 자이언츠에게 구세주와도 같은 것이었다. 만약 올 시즌에 자이언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최악의 FA 선수 순위에서 지토의 순위는 아마 상위권 언저리에 있었을 것이다.
9. 앤드류 존스 (LA 다저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12시즌 동안 평균 33개의 홈런에 10년 연속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면서 투,타를 겸비한 중견수로 각광받은 앤드류 존스는 아틀랜타에서 뛰었던 마지막 해인 2007시즌 26홈런 94타점의 슬러거급 활약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타율이 자신의 커리어 중 최저인 0.222 였다. LA 다저스는 앤드류 존스의 낮은 타율은 개의치 않고 슬러거급 활약을 기대하면서 2년 계약에 3,620만불을 지불하고 데려왔다.
그러나 부상으로 시즌 내내 신음하던 존스는 2008시즌 고작 75게임에 출전하여 타율 0.158, 3홈런 14타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다저스를 떠났다. 다저스는 여전히 그에게 6년 동안 2,210만불을 지불해야 한다.
10. 로저 클레멘스 (뉴욕 양키스)
자신의 고향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세 시즌 동안 활약하고 2007 시즌 친정팀 양키스로 복귀한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높았다. 단년 계약이었지만 양키스는 돌아온 로켓맨에게 무려 2800만여불을 지급하였다. 하지만 돌아온 로켓맨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고작 6승을 배달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그 어떤 계약보다도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해당 팀과 팬들에게 평균 이상의 기대감을 선사한다. 그만큼 투자한 돈도 평균 이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구단과 선수와의 궁합이다. 지나친 부담감은 때로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 반대로 거액의 목돈을 움켜쥔데 대한 정신적 해이도 또 다른 부상과 컨디션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평상심이다. 과연 내년 시즌 선보일 FA 선수들의 활약상, 그리고 투자한 구단의 ROI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주목된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不老句(http://blog.naver.com/yhjmania)>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