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FA보상선수 트렌드, 이원석 이후엔 '이름값→젊음'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11-22 09:18 | 최종수정 2012-11-22 09:18



뜨거웠던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막을 내렸다. 이젠 2라운드가 남았다. 바로 '보상선수' 전쟁이다.

선수 보상은 국내 FA 제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다. 물론 중소형 FA들의 타팀 이적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기도 하다. 하지만 FA를 뺏긴 팀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전력보강이기도 하다. 올해는 정현욱을 LG로 보낸 삼성과 김주찬, 홍성흔을 각각 KIA와 두산으로 보낸 롯데가 선택의 권한이 있다. 영입팀이 FA이적 공시 후 3일 이내에 보호선수 20인 명단을 넘기면, 원소속구단은 명단을 받은 뒤 3일 이내에 '직전 시즌 연봉의 200%와 보상선수 1명' 또는 '직전 시즌 연봉의 300%'이라는 보상책을 선택할 수 있다.

초창기 보상선수 트렌드, 가능성 보단 '이름값'

최초의 FA 보상선수는 제도 시행 첫 해였던 2000년 박충식(삼성→해태)과 김상엽(삼성→LG)이었다. 삼성은 이강철과 김동수를 데려오며 확실한 전력 보강을 했다. 하지만 보상선수로 지목된 이들은 '왕년의 에이스'였던 두 투수였다.

둘은 이미 내리막을 걷고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박충식은 2001년과 2002년 8승5패 11세이브 13홀드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긴 뒤 은퇴했다. 김상엽은 2000년 2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10.80을 기록하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은퇴했다. 낯선 팀으로 이적한 베테랑들의 말로는 아름답지 못했다.

2001년 최익성(LG→해태)은 보상선수 이적으로 '저니맨' 경력에 한 줄을 추가했다. 홍현우의 반대급부로 해태(KIA)로 간 최익성은 이미 데뷔 때부터 뛴 삼성을 떠나 한화와 LG에서 한 시즌씩 뛰었다. 결국 이후 현대 삼성 SK 유니폼까지 입은 뒤 은퇴했다.

비참했던 FA 보상선수의 역사는 문동환(롯데→두산)이 바꿔놨다. 한물 갔다고 평가받았던 문동환은 2004년 정수근의 FA 보상선수로 두산으로 이적한 뒤 곧바로 한화에 트레이드됐다. 첫 시즌은 4승15패로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2005년 10승9패 평균자책점 3.47로 부활하더니 2006년엔 16승9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05로 맹활약하며 다승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당히 재기에 성공한 것. 2007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긴 했지만, 한화로서는 재미를 본 트레이드였다.


보상선수 이적 후 한화로 트레이드돼 재기에 성공했던 문동환. 스포츠조선DB
구단 내 비중 커진 '육성팀', 보상선수 트렌드를 바꾸다


역대 FA 보상선수 중 최고 '우등생'은 이원석이다. 이원석은 2009년 홍성흔이 롯데로 이적하면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내야진이 두터운 두산이었기에 '깜짝 지명'으로 평가받았다. 트레이드 카드가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었지만, 이원석은 그해 125경기서 타율 2할9푼8리 9홈런 53타점으로 '커리어 하이'시즌을 보냈다.

이원석의 성공사례는 보상선수의 트렌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FA 영입팀은 상대팀의 사정을 고려해 보호선수 명단을 짜기 때문에 원하는 포지션의 선수가 나오긴 쉽지 않다. 결국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선수들이나 가능성 있는 유망주에게 눈을 돌리게 됐다. 지난해 내부 FA 3명을 뺏긴 LG는 이제 갓 첫 시즌을 치른 신인선수 3명(윤지웅 나성용 임정우)을 지목하기도 했다.

사실 이원석 이전까지 FA 보상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못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초창기엔 대부분의 팀이 '이름값'을 따져 베테랑들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구관이 명관'이란 생각이었다. 검증 안 된 유망주를 뽑아 욕을 먹느니 차라리 왕년에 활약을 보였던 선수를 찍는 게 나았다.

하지만 보상선수로 이적한 대부분의 베테랑들은 급격한 의욕저하를 겪었다. 구단과 후배들에게 대우 받던 이들이 한순간에 낯선 환경에 스스로 적응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상실감은 컸다. 원 소속팀에 대해 복수의 칼날을 간다거나,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기엔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원석의 사례는 2000년대 후반, 구단 운영에 있어 '스카우트'의 비중에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준다.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세태다. 이젠 모든 구단이 상대에 대한 데이터를 완벽히 구축한다. 전력분석이 강화되면서 상대 선수들에 대한 정보도 수북이 쌓여갔다.

1군 뿐만이 아니다. 2군에서도 좋은 선수가 있다면, 무조건 데이터를 남겨놓는다. 스카우트팀, 육성팀은 신인지명 때만 일하는 게 아니다. 꾸준히 1,2군 경기를 돌면서 선수들을 관찰한다.

과연 이번에도 이원석 같은 신데렐라나 문동환 같은 재기의 아이콘이 나올 수 있을까. 보상선수를 두고 뺏는 자와 지키는 자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시작됐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롯데 시절 이원석. 스포츠조선DB
◇역대 FA 보상선수

연도=선수=이적 상황=해당 FA=이적 후 첫 시즌 성적

2000=박충식=삼성→해태=이강철=-

2000=김상엽=삼성→LG=김동수=2경기 2패 평균자책점 10.80

2001=최익성=LG→해태=홍현우=60경기 타율 2할5푼2리 4홈런 9타점

2003=조규제=SK→현대=박경완=36경기 3패 4홀드 평균자책점 5.63

2004=문동환=롯데→두산(한화로 트레이드)=정수근=25경기 4승15패 평균자책점 5.37

2004=노병오=삼성→현대=박종호=-

2004=손지환=LG→KIA=진필중=114경기 타율 2할7푼1리 13홈런 42타점

2004=신동주=KIA→삼성=마해영=73경기 타율 2할1푼9리 2홈런 9타점

2004=신종길=롯데→한화=이상목=49경기 타율 2할2푼4리 1홈런 10타점

2005=이정호=삼성→현대=박진만=-

2005=안재만=SK→LG=김재현=65경기 타율 2할3푼6리 2홈런 18타점

2006=정병희=한화→SK=김민재=8경기 평균자책점 5.19

2007=신재웅=LG→두산=박명환=-

2009=이원석=롯데→두산=홍성흔=125경기 타율 2할9푼8리 9홈런 53타점

2009=이승호=LG→SK=이진영=4경기 평균자책점 7.36

2012=윤지웅=넥센→LG=이택근=-

2012=임 훈=SK→롯데→SK=임경완, 정대현=117경기 타율 2할6푼8리 26타점

2012=나성용=한화→LG=송신영=-

2012=임정우=SK→LG=조인성=1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6.26

2012=허준혁=롯데→SK=이승호=15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3.86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