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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억원 차이로 KIA 선택? 김주찬 미스터리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11-18 16:26



단, 1억원의 차이였다. "부산에 남고 싶다"던 김주찬은 왜 롯데를 떠나 KIA를 선택한 것일까.

FA 김주찬이 18일 계약기간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26억원, 연봉 5억원, 인센티브 4억원)의 파격적인 조건에 KIA행을 선택했다. 전형적인 호타준족의 선수로 올해 FA 시장 최대어로 손꼽히며 일찌감치 '대박'을 예고했던 김주찬이기에 50억원의 계약내용이 크게 놀랍지는 않다는 분위기다.

단, 김주찬이 최종적으로 KIA행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김주찬이 FA 시장으로 나오기 전 원소속구단인 롯데와의 협상에서다. 롯데는 원소속구단과의 협상 마감일인 16일 김주찬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우리는 총액 44억원을 제시했지만 선수가 48억원을 요구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공식발표했다. 하지만 숨은 사실이 있다. 협상 과정에서 롯데가 49억원까지 베팅을 했다는 것이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김주찬과 협상을 진행하며 제시 액수가 계속 올라갔다. 우리 구단이 최종적으로 줄 수 있다고 한 돈은 44억원이 맞았다"고 하면서 "꼭 필요한 선수였다. 하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답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협상 막판 우리가 '5억원을 더 주겠다'고 마지막 카드를 제시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즉, 롯데가 김주찬에게 총액 49억원의 카드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주찬은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며 협상테이블을 떠났고 이어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고 싶다며 떠났다. FA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자신이 최대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선택이었다.

그런 김주찬이 단 1억원의 차이로, 롯데를 떠났다. 물론 1억원이 적은 액수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50억원 규모의 계약에서 1억원 차이라면 보통의 선수들은 자신의 입지가 탄탄한 원소속구단에 남는 것이 보통이다. 새로운 팀 문화에 적응하고,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뀐 상태에서 야구에 집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롯데답지 않았던' 과감한 베팅을 시도했던 롯데는 더욱 패닉에 빠졌다.

복수의 야구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실 KIA는 김주찬 영입의 후발 주자였다고 한다. 김주찬과 가장 먼저 접촉한 구단은 한화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7일 한화와의 협상이 틀어졌고 결국 KIA가 그 틈새를 노려 김주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7일 밤 전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김주찬은 KIA와 계약 후 "KIA와 첫 만남에서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팀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제2의 야구인생을 KIA에서 시작하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롯데와 한화는 김주찬 영입에 애가 닳지 않았던 것일까. 최소한 그건 아닌 듯 하다. 롯데가 김주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것은 내부 FA 대우에서 항상 차가웠던 롯데가 49억원이라는 액수를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한화는 내부적으로 이번 FA 시장에서 김주찬 영입에 그야말로 '올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상 한화가 롯데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욱 많은 금액을 김주찬에게 제시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결국, 한화가 기회를 선점했지만 KIA가 후발주자로 달려들어 2파전이 됐다. 그 경쟁에서 한화가 백기투항하고 말았다. 한화의 고위 관계자는 "너무 과열된 조짐이 있어 발을 뺐다"고 인정했다. 결국, 발표된 금액은 50억원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규모의 경쟁이 물밑에서 벌어졌다는 뜻이다. KIA가 어떤식으로든 김주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결단을 내렸을 것이라는데 많은 관계자들의 입이 모아지고 있다.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더 많은 돈을 안겼을 수도 있다. 꼭 계약 내용을 넘어서는 돈을 주지 않더라도, 세금을 보전해준다든가 2군에 내려가도 연봉을 보장해주는 방식 등으로 얼마든지 금전적인 대우를 해줄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더 큰 규모의 계약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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