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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영입' NC, 김경문 야구의 본색 드러내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11-18 10:17



발야구와 불펜야구, 그리고 4번타자까지. NC가 '김경문표 야구'의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NC가 창단 첫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 성공했다. 바로 올시즌 SK의 4번타자였던 이호준이 그 주인공이었다. NC는 원소속구단인 SK와 우선협상이 결렬된 이호준을 17일 인천에서 만나 계약을 성사시켰다. 타구단 협상 시작일 첫 날, 곧바로 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계약조건은 3년간 총액 20억원(세부내역은 비공개)이다. 김경문 감독은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라며 "맏형으로서 팀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며 반색했다.

'두목 공룡' 필요했던 NC, 이호준은 최선의 선택

NC는 이호준 영입으로 팀의 4번타자를 얻었다. '준비기간'이었던 올시즌, NC는 퓨처스리그(2군)에서 2차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조평호를 4번-1루수로 기용했다. 조평호는 남부리그 홈런 2위(10개) 타점 3위(48타점)에 오르며 괜찮은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1군에서 통하리란 보장은 없었다.

지난 15일 기존 8개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인 외 1명씩을 지명할 때 KIA에서 1루수 조영훈을 점찍었다. 우타자인 조평호와 경쟁시킬 잠재력이 있는 좌타 유망주였다. 하지만 조영훈 역시 1군 4번타자로서는 함량 미달이었다. 데뷔 때부터 뛰어온 삼성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성장이 더뎠고, 시즌 중 KIA로 트레이드된 뒤에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시즌 타율 2할에 6홈런 36타점에 그쳤다.


이호준은 NC의 4번타자 겸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해줄 적임자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8.17/
이호준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적임자였다. 현실적으로 NC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이기도 했다. 기존 구단을 상대로 한 특별지명에서는 당연히 4번타자감이 없었다. 자연스레 FA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했는데 '몸값 인플레' 현상이 심각했다.

빈약한 외야진을 메우기 위해 김주찬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여러 구단의 관심으로 FA시장 최대어로 떠올랐다. 게다가 지난해 같은 우타 외야수 이택근이 받은 몸값 50억원이 기준선이 됐다. 발을 뺄 수 밖에 없었다. 이호준처럼 4번타자에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홍성흔은 롯데에 4년 34억원 수준을 요구했다.

특별지명에서 구단별 10억원 씩 총 80억원을 지출한 NC로서는 '실탄'이 부족했다. 총 3명의 FA를 영입할 수 있지만, 이미 한 시즌 구단 예산의 ⅓가량을 지출한 상황에서 '큰손'으로 나서긴 힘들었다. NC와 김 감독이 이호준을 선택한 이유다.


투수 최대어였던 나성범, '제2의 김현수'로 육성되다

4번타자 이호준 영입으로 NC는 '김경문표 야구'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김경문표 야구'의 본 모습은 두산 사령탑 시절을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올시즌 보인 행보와 8명 특별지명, 그리고 FA 이호준 영입까지. 모두 그때와 닮아있다.

일단 김 감독은 사령탑 부임 직후 대학 최고 왼손투수였던 신인 나성범을 타자로 전향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NC 신인 중 최대어였던 나성범은 한때 메이저리그 진출설이 떠오를 정도로 투수로 두각을 드러냈지만, 분명 하향세에 접어든 상태였다. 게다가 나성범은 타자로서도 괜찮은 재능을 보였다. 일단 훌륭한 주력에 투수 출신으로 강한 어깨를 갖고 있었다. 5툴 플레이어가 될 잠재력이 있었다.

결국 김 감독은 나성범을 설득해 타자 전향을 관철시켰다. 스프링캠프 내내 '나성범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 결국 나성범은 퓨처스리그 남부리그에서 홈런(16개)과 타점(67타점)왕을 석권했다. 타율 3할3리로 타격 3위에 오를 만큼, 정확도도 보여줬다. 컨택트 능력과 파워를 겸비한 5툴 플레이어의 모습이었다.

나성범은 올시즌 NC의 붙박이 3번타자였다. 2군에서 여러 선수를 테스트할 때도 나성범의 자리 만큼은 굳건했다. 두산 사령탑 시절 김현수에게 맡겼던 그 자리다. 나성범은 처음부터 '제2의 김현수'로 육성된 것이다. NC 코칭스태프는 발이 느린 김현수에 비해 주루 능력도 좋은 나성범을 '김현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만들고자 했다.


NC에서 '제2의 김현수'로 육성되고 있는 나성범.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2012.6.15
발야구 선봉장 '무명' 김종호, 불펜야구 중심 될 이승호-송신영-고창성

이번 특별지명에서도 김 감독의 색깔은 확실히 드러났다. 가장 의외의 지명이었던 전 삼성 외야수 김종호만 봐도 알 수 있다. 김종호는 발 빠른 좌타 외야수다. 삼성 야수진이 두터워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지만, 김 감독과 NC 코칭스태프는 2군에서 김종호를 가까이서 관찰하면서 확신을 얻었다. 두산에서 이종욱이 해줬던 역할을 해줄 적임자였다. NC '발야구'의 선봉장으로 점찍었다.

김종호는 주력으로는 삼성 야수진에서 1,2위를 다툴 정도였다. 올시즌 2군에서 타율 3할1푼3리 1홈런 30타점 26도루를 기록했다. 공격력만 1군에서 통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킨다면, 당장 테이블세터로 출전시킬 수 있는 재목으로 봤다. 부족한 수비력을 빠른 발로 커버할 정도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선수지만,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는 이종욱과 닮아 있었다.

김 감독은 특별지명 8인 중 절반을 투수로 채웠다. 이중 육성 자원인 전 넥센 사이드암투수 이태양을 제외하곤, 모두 즉시전력이다. 특히 'FA 대박' 후 처참한 첫 시즌을 보낸 좌완 이승호(전 롯데)와 우완 송신영(전 한화)을 데려오면서 NC 마운드에 없는 '경험'을 더했다. 게다가 두산 시절 필승조의 핵심으로 썼던 사이드암 고창성도 데려왔다. 무너진 밸런스와 잔부상으로 인해 하향세에 접어들었지만, 김 감독은 고창성 활용법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승호 송신영 고창성은 그대로 NC의 필승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두산 사령탑 시절에도 선발야구보다는 불펜야구를 펼쳤다. 선발투수들이 약하기도 했지만, 뒤집어 보면 선발로 쓸 재목도 중간계투로 썼단 말이 된다.

2009년 두산의 불펜진은 'K-I-L-L 라인'으로 유명했다. 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이 지키는 뒷문은 8개 구단 중 최고 수준이었다. 현재 이용찬과 임태훈은 선발투수로 뛰고 있다. 김 감독이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년차 시즌이었던 지난 2009년 두산 KILL라인의 한 축으로 뜬 고창성의 모습.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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