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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은 가장 쉽고 확실하게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루트다. 이미 검증이 된 선수로 부족한 부분을 곧바로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물론, 거액을 투자해야 하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오랜 기간 꾸준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FA 계약은 거액을 가져다주는 '로또'나 다름없지만, 구단 입장에서 보면 위험 부담이 따르는 베팅이다.
이승호는 부상 때문에 시즌 개막후 한달이 지난 5월 뒤늦게 1군에 합류했다. 경기력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41경기에 등판해 2승3패, 평균자책점 3.70에 그쳤다. 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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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승호의 성적을 금액으로 환산해보자.
롯데가 실패를 인정하고 내놓은 이승호를 NC가 영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승호는 현재 어깨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NC가 특별지명비로 롯데에 10억원을 내줘야 하는데 이승호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비록 올해는 부진했으나 부활이 가능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내년 시즌 1군 리그에 참가하는 NC는 어린 선수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팀이다. 경험이 있는 노련한 선수가 한두명 필요하고, 무엇보다 투수력 보강이 절실하다. 이런 면에서 이승호를 NC에 적합한 선수로 본 것이다.
여기에 또한가지 묘한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과 경남 창원을 각각 연고지로 하는 롯데와 NC의 오래된 껄끄러운 관계도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열성 야구팬이 가장 많은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을 독점하고 있던 롯데는 NC가 태생부터 탐탁지 않다. NC가 생기면서 양손에 쥐고 있던 시장 중 한쪽을 내줘야 했다. 자이언츠 고위층은 노골적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를 모기업으로 둔 NC를 대놓고 무시하곤 했다. 롯데 구단 고위관계자가 NC와의 퓨처스리그(2군 리그) 경기를 앞두고 "무조건 이기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롯데가 프로야구 제10구단 출범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NC는 롯데에 대한 반감이 크다. NC 관계자들은 "내년 시즌 전력상 어렵겠지만 롯데전에서는 반드시 죽기살기로 해보겠다"며 전의를 불사른다. 3연전에서 반드시 1승을 챙기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상황에서 NC는 롯데가 실패한 영입이라고 인정한 이승호를 보란 듯이 지명했다. 일종의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시즌 이승호가 NC의 생각대로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경우 롯데는 또한번 난처해질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