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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정성훈 사로잡은 김기태 감독의 매력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11-15 10:22



"김기태 선배 같은 선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미래에 지도자가 돼도 마찬가지입니다."

LG는 지난 12일 내부 FA(자유계약선수) 2인방을 눌러 앉혔다. 8개 구단 중 가장 빠른 행보였다. 두 명 모두 4년간 최대 34억원. 절대 적은 액수가 아니지만,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번 FA시장에서 둘은 더 높은 금액을 받을 수도 있었다. 지난 주말엔 52억원설, 40억원설이 떠돌기도 했다. 모구단이 이미 구체적인 계약을 제안했다는 말까지 돌았다.

이진영은 "금액 생각은 전혀 안했다"며 웃었다. 그도 소문은 알고 있었다. "주변에서 그런 말을 하더라. 정말 그렇게 판단해주셨다면 분명한 영광"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첫 번째 FA 선언 때 자신을 붙잡아준 LG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 이미 한 번 인정해줬던 LG가 또다시 손을 내밀자, 그동안 성적도 못 냈는데 빠져나갈 수 없다며 곧바로 붙잡았다.

또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김기태 감독이다. 이진영과 정성훈은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백순길 단장에게 "김기태 감독님이 계시니까 바로 사인하는 겁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도대체 김 감독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돈을 뛰어 넘는 계약을 이끌어낸 것일까. 이진영에게 김 감독의 매력에 대해 직접 물어봤다.

이진영은 "감독님은 제 인생의 멘토"라고 털어놨다. 오래 전부터 선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존경하는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엔 언제나 '김기태'란 답을 써왔다고 했다. 99년 쌍방울에 입단할 때부터 삼성으로 떠난 돌격대의 4번타자 김기태의 배번 10번을 물려받았을 정도다. 당시 김성근 쌍방울 감독은 이진영에게 "김기태의 대를 이어 최고의 왼손타자가 돼라"고 했다. 그 역시 존경하던 김 감독의 번호를 물려 받은 게 마냥 좋았다.

이진영과 김 감독의 재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2002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이 삼성에서 SK로 트레이드된 것. 해체된 쌍방울의 선수들을 받아 창단한 SK에 있던 이진영에겐 큰 기쁨 중 하나였다. 김 감독이 오자 계속 달고 뛰던 등번호 10번도 먼저 양보했다.

이진영은 김 감독과 만난 2002년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후 언제든 3할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됐다. 이진영은 "당시 '선수 김기태'를 제대로 알고 나서 김기태 선배 같은 선배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 감독은 이진영에게 흔쾌히 자신이 갖고 있는 타격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밤낮으로 선배의 조언을 들은 이진영은 무럭무럭 성장해갔다.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 전수받은 게 아니었다. 클럽하우스의 리더로서 SK의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모습을 보고 배웠다. '큰 형'답게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때론 따뜻하게 후배를 보살피는 모습. 이진영에겐 너무나 인상 깊던 '선배'의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LG 사령탑에 오른 뒤 '형님 리더십'이란 말을 들었다. 그 단어 만큼 김 감독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말도 없었다.


이진영은 "그때부터 감독님이 내 인생의 멘토라고 느꼈다. 선수 생활은 물론, 나중에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될 때도 많이 물어보고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FA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김 감독에게 먼저 전화가 왔다고. 머나 먼 경남 진주에서 마무리훈련을 지휘하면서도 꼼꼼히 후배의 계약 상황을 체크하고 있던 것이다.

이진영은 "가장 존경하던 선수를 감독으로 모실 기회를 얻었다.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감독님 얼굴만 보면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진영 뿐만 아니라 LG의 모든 고참선수들이 마찬가지였다. 성적이 안 나면 모두 감독 책임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이진영은 "내년엔 감독님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게 모든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동안 LG 사령탑들은 선수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이는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뒤에서 수군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시즌은 달랐다. 안팎의 악재에 시달리며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선수들은 모처럼 감독을 불만 없이 따르고 있다. 김 감독의 '형님 리더십'의 평가는 이제 시작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하위권 탈출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 LG와 선두 도약을 꿈꾸는 롯데가 7일 잠실 야구장에서 만났다. 5대5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희생 플라이를 친 이진영이 이병규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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