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미국행 임박 류현진 이것이 알고싶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11-11 18:04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경기가 25일 잠시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선발 류현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9.25/



이제 밥상을 폈다. 어떤 요리로 밥상을 차릴지만 남았다.

국민 에이스 류현진(25)이 미국 LA 다저스 입단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일단 자존심은 살렸다. 다저스는 류현진 영입을 위해 2573만달러(약 280억원)의 포스팅 금액을 제출했다. 한화 구단과 주변의 예상을 뛰어넘은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오는 14일 출국 예정인 류현진은 30일간의 독점 협상을 통해 세부적인 입단조건을 조율할 계획이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 틀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미국 현지 언론 등의 기류는 류현진의 무난한 LA 입성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대선배 박찬호(39)가 전성기를 누렸던 다저스에서 제2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류현진.

다저스로 향한 그의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를 둘러싼 팬들의 또다른 궁금증도 꼬리를 문다.

연봉은 과연 얼마나 받을 수 있나

이제 남은 관건은 류현진의 연봉이다. 연봉은 향후 협상에서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다저스가 제시한 연봉에서 류현진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간다. 그만큼 연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을 둘러싼 여러가지 주변 상황을 종합하면 최고 1000만달러(약 108억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다저스의 내부 현황을 살펴보자. 미국 프로야구계의 내년 시즌 전망에 따르면 다저스는 현재 1선발 클레이튼 커쇼를 필두고 크리스 카푸아노, 애런 하랑, 채드 빌링슬리, 조시 베켓, 테드 릴리 등 6명의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2013년 연봉 구성은 베켓이 1575만달러(약 171억원)로 가장 많고 릴리(1200만달러·약 130억원) 커쇼, 빌링슬리(이상 1100만달러·약 119억원) 하랑(700만달러·약 76억원) 카푸아노(600만달러,약 65억원) 등의 순서다. 선발진이 연봉 총액은 6275만달러(약 682억원)이고, 평균 1045만달러(약 113억원)다. 다저스는 2∼3선발 자원을 찾고 있었고,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류현진이 3선발도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평균 연봉 수준을 맞춰줄 수 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거액의 포스팅 금액을 베팅할 정도로 류현진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한 만큼 팀내 선발 가운데 최저 연봉자인 카푸아노의 수준에 맞출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보라스가 "류현진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한 뒤 미국 진출하는 게 유리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기선제압에 나선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라스는 협상의 귀재다. 그가 류현진의 극찬하면서 비교한 왼손 투수는 존 레스터(28·보스턴)와 마크 벌리(33·마이애미)다. 2013년 레스터는 1162만5000달러(약 126억원), 벌리는 1100만달러(약 119억원)를 받는다. 나이와 체격조건, 기량 등을 보면 류현진이 이들에 비해 저평가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게 보라스의 판단이다. 보라스가 유독 1000만달러가 넘는 두 선수를 언급한 데에는 그만한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장밋빛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1000만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금액도 배제할 수 없다. 민훈기 XTM 해설위원 등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에 따르면 메이저리그는 통상적으로 포스팅 시스템에 참가할 때 총예산의 40∼50%를 입찰금으로 빼놓고 나머지 금액을 연봉으로 산정한다. 류현진이 이번에 2573만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받은 만큼 연봉 가용 예산은 2573만달러∼3800만달러(약 413억원)다. 계약기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000만달러는 넘지 못한다. 류현진과 가장 비슷한 포스팅 금액(2600만달러·약 282억원)을 기록한 일본 출신 이가와 게이(양키스)도 5년간 2000만달러(약 116억원)를 받았다. 다저스가 기대 이상의 포스팅 금액을 제시한 반대 급부로 연봉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다저스에서 몇승 가능할까

최고의 투수 출신 선동열 KIA 감독은 올시즌 페넌트레이스때 류현진의 미국 진출시 전망에 대해 의미심장한 청사진을 제시한 적이 있다. 당시 선 감독은 "류현진이 미국에 가면 천웨인과 비교해 볼 때 어느 정도 답이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대만 출신으로 같은 좌완인 천웨인(볼티모어)은 올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2승11패, 평균자책점 4.02로 성공적인 활약을 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평균자책점이다. 천웨인은 승수에 비해 평균자책점이 높은 편이다. 최고의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인 다르빗슈(텍사스)도 16승9패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 3.90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7년간 한화에서 뛰면서 평균 2.8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역대 평균자책점이 가장 저조했던 때가 2009년으로 3.57이었다. 그는 6시즌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9승9패에 머물렀다. 한화가 최하위 전력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과 미국 야구의 사정은 하늘과 땅 차이다. 류현진은 좌완이라는 이점에다가 패스트볼 제구력과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수준급이기 때문에 '빅볼'을 선호하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압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저스의 팀 사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올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다저스는 평균 팀타율 2할5푼2리로 전체 30개 팀 가운데 16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3.34로 전체 3위다. 올시즌 10승 이상 선발 투수를 4명이나 배출할 만큼 선발진을 지원하는 세력이 탄탄하다는 반증이다. 최근 몇년간 한화에서 타선과 불펜의 지원을 받지 못해 고전했던 류현진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출전기회도 훨씬 많다. 한국은 한 시즌 팀당 경기수가 133개이지만 메이저리그는 162경기다. 올시즌 팀내 최다승을 기록한 커쇼(14승9패)는 33경기까지 출전했다. 류현진은 프로 1, 2년차에 30경기까지 등판했고, 7시즌 평균 27경기에 출전했다. 출전기회가 많아진 만큼 승수를 늘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올시즌 새로운 주인을 만나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다저스는 내년 시즌 전력이 향상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소 고전했던 올시즌에도 10승 이상 선발을 4명을 배출한 저력을 감안하더라도 류현진이 10승 이상 대열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은 무리가 아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을까

현재 다저스에는 '투수 왕국'이라는 전통답게 막강한 선발진이 포진하고 있다. 6명의 기존 선발진 가운데 커쇼(14승9패, 평균자책점 2.53), 카푸아노(12승12패, 평균자책점 3.72), 빌링슬리(10승9패, 평균자책점 3.55), 애런 하랑(10승10패, 평균자책점 3.61) 등 4명은 10승 이상을 거둔 막강 자원이다. 여기에 베켓(7승14패, 평균자책점 4.65), 릴리(5승1패, 평균자책점 3.14) 등 수준급 투수까지 버티고 있다. 다저스의 대표적인 좌완투수는 커쇼와 카푸아노다. 팀내 최다승 1, 2위를 나눠가졌다. 과연 이처럼 쟁쟁한 경쟁자들의 틈바구니에서 류현진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입증된 류현진의 기량을 떠나 다저스 구단에서 흘러나온 평가가 긍정적이다.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은 "류현진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2013년 이후 팀의 체질개선에 본격 착수할 예정인데 류현진은 여기에 필요한 옵션"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내년부터 치열하게 가동되는 플래툰 시스템에서 류현진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는 것이다. 단장의 이같은 전망은 그의 말대로 오랜 기간 관찰한 팀내 스카우트와 전력 분석관들의 냉철한 평가를 보고받고 신중한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MLB 홈페이지는 "2, 3선발급 투수 영입을 희망하고 있는 콜레티 단장의 바람을 만족시켜줄 만한 선수"라고 류현진을 평가했다. 이처럼 류현진은 다저스가 1∼2년 이후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선수다. 현재 커쇼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의 계약은 내년이나 2014년에 종료된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나머지 선발진은 커쇼(24)를 제외하고 노장축에 속한다. 릴리(36), 카푸아노(34), 하랑(34), 빌링슬리(28) 등이 그렇다. 올시즌 내내 허깨 부상을 겪어온 릴리는 시즌 막판에 수술을 받은 뒤 스프링 캠프 복귀를 노리고 있지만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전망은 어둡다. 팔꿈치 부상때문에 지난 9월에 올시즌을 마감한 빌링슬리는 최악의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접합술)을 피해 재활과 특별치료로 연명하고 있지만 팔꿈치 공포를 여전히 안고 있다. 결국 미국 현지에서는 이들 부상자와 노장 가운데 1명이 류현진의 영입으로 인해 트레이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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