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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국내구단에 준 교훈, 우승 이상의 목표를 가져라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11-11 14:09


15일 오전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새로운 한화 사령탑 김응용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김응용 감독이 김태균, 류현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전=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15/

한화 구단 통장에 2573만달러, 한화로 약 280억원의 거금이 꽂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한국 야구팬들이 깜짝 놀랄 기념비적인 일이다. 한화는 8년 동안 키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한방으로 구단 1년치 운영비를 뽑을 수 있게 됐다. 한화는 류현진을 키우면서 투자한 돈이 50억원도 안 된다.

30년 국내 프로야구사에 선수 한명을 팔아서 이런 상상도 못했던 거액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한화 류현진이 '초대형 사고'를 쳤다. 1990년 중반 박찬호 영입을 통해 국내팬들에게 마치 한국팀에 준하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LA 다저스가 류현진 영입에 280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했다. 이제 연봉 협상만 마무리되면 류현진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된다.

이번 류현진의 포스팅을 보면서 국내야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선수 한명을 키울 경우 구단 살림살이에 큰 보탬이 된다는 걸 절감하게 됐다. 그동안 국내 구단은 선수를 구단의 자산으로는 봤다. 좋은 선수로 성장했을 경우 그 선수를 통해 우승하는 걸 제1의 목표로 여겼다. 그래서 그 선수를 잡고 계속 우승하는 걸 구단의 최고의 목표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제 국내구단도 비즈니스 마인드를 좀더 가질 필요가 있다. 우승을 목표로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모든 구단들이 매년 우승을 목표로 달려가는 건 잘못이다. 유망주를 발굴하고 그 선수를 키워 트레이드를 통해 구단 살림살이를 꾸려야 한다.

대기업을 등에 업은 구단들은 그동안 이런 선수 장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항상 목표를 우승에 맞췄다. 하지만 언제까지 모기업이 사회환원 차원에서 내려주는 지원금을 갖고 돈을 잘 쓸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구단도 야구와 선수 콘텐츠를 갖고 장사를 해 돈을 벌 생각을 해야 한다.

구단 경영진의 다수가 현재 국내 야구시장에선 돈을 벌기가 어렵다고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다. 그런 구 시대적인 마인드를 갖고는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제2의 류현진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게 어려울 수 있다. 류현진 같은 대어가 매년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 발굴과 투자 그리고 트레이드에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화는 류현진의 포스팅으로 받을 280억원을 갖고 향후 몇년 동안 팀 리빌딩을 풍족하게 할 수 있다. 이번 FA 시장에서 제일 큰 손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향후 2~3년 가장 좋은 FA를 모셔와 강한 전력을 꾸릴 수 있다. 당장 내년에 우승할 수 없더라도 앞으로 한화는 FA 선수 영입만 잘 해도 우승할 수 있는 강팀 전력이 될 것이다.

이제 구단들은 우승하는데만 혈안이 돼서는 안 된다. 제2의 류현진을 찾고 키워갈 생각을 해라.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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